“와우, 엘리트 출신 프로게이머가 11명이나 되요?” “네, 엘리트 출신하면 실력파로 통해요.” 엘리트 학생복 스쿨리그를 5회째 후원하는 홍종순(56) 에리트베이직 대표가 스쿨리그 출신 프로게이머 박수범(20·MBC게임)을 만났다. 서울 가산동 에리트베이직 대표실, 서른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대화가 통했다.
“스타크래프트 보며 고교 야구 생각”
박수범은 현재 6승 4패로 09~10시즌을 맞아 최고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엘리트 출신인 그가 “스쿨리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물었다. 홍 대표는 “5년 전 아들이 하는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알게 됐지. 케이블 중계를 통해 대회를 시청하다 학창 시절 열광하던 고교 야구대회가 떠오르더라구”라며 “40년 전통의 엘리트 교복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하지만 제품은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이미지가 중요해. 학생 게임 대회를 하면 SK ‘장학퀴즈처럼 장기적으로 좋은 인지도에 도움이 될 거다 생각했지”라고 말했다.
2006년 개인전 왕중왕전으로 출발한 대회는 이듬해 학교 대항전인 스쿨리그로 바뀌었다. 홍 대표는 “왕중왕전 이후 학창 시절 고교 야구가 엄청난 히트를 친 게 생각났어. 학교 대항전을 치르면 붐이 일 거 같더라구. 맞았어. 이제 결승전(올해는 3월) 때면 교장 선생님까지 응원전에 오셔. 한마디로 학교 축제날이지.” 아닌게 아니라 학교 대항 팀 배틀 방식(3인 로스터)인 이 대회에 올해는 무려 1200 여개 학교, 약 4000 여명이 예선을 치렀다. 홍 대표는 “10년 후엔 엘리트 출신 전현직 프로게이머를 모두 초청하는 대회를 열고 싶어”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또한 “팬으로서만이 아닌 여학생이 직접 출연하는 리그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상경해 찜질방에서 자던 일 생각 나”
대회 준우승자 출신인 박수범은 홍 대표에게 “엘리트 대회를 치르러 대구에서 상경해 찜질방에서 잤어요. 대회 준우승하고, 준프로가 되니 바로 드래프트로 MBC게임에 입단했어요. 부모님이 깜짝 놀랐어요”라며 “스쿨리그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고 강조했다. 그는 9일엔 개인리그 우승자인 공군 오영종을 꺾으며 실력을 과시했다.
프로선수의 젖줄인 엘리트 스쿨리그의 가장 큰 메리트는 뭘까. 박수범은 “학교의 이름을 알릴 수 있고, 개인적으로 프로선수가 되는 명예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방송중계 경기라 프로 선수가 되기 전 ‘방송 울렁증’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거 같다”는 것. 박수범은 “제가 3년 차인데 엘리트 출신 후배들이 많아지니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협회에 등록 엘리트 출신 선수는 전태양(위메이드)·노영훈(화승)·박재영(KT)·정명호(eSTRO)·안수형(eSTRO)·박수범(MBC게임)㎏이경민(하이트) 조재걸(하이트)·노준규(웅진)·조기석(KT)·황강호(화승) 등 총 11명이다.
박수범은 회사를 둘러보며 “요즘 학생들의 교복 트렌드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홍 대표는 “지난해 하복부터 상의 기장이 배꼽이 보일 정도로 많이 올라갔다가 이제 내려오는 추세지. 반대로 치마는 길게 입다 짧아지고 있어. 예전에는 유행이 강남-강북이 달랐는데 이젠 비슷해”라고 했다. 홍 대표는 “학생들에게 교복이 편하면서 패셔너블하다는 충족감을 주려고 안감에 그래픽 처리를 하고, 가장 많이 크는 시기가 학생 때임을 감안, 늘여서 쓸 수 있도록 했다”며 엘리트 학생복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팁 에리트베이직은?
60년 제일모직에서 출발해 96년 삼성에서 분리, 새한그룹이었다가 99년 새한이 워크아웃에 들어가 2002년 분사했다. 당시 의류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던 홍종순 대표가 직원들 퇴직금으로 만든 자본금 8억 여원의 종업원지주회사 에리트베이직을 탄생시켰다.
2009년 9월 28일 코스피 상장 이후 투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전국의 3700개 중고등학교에 2만여 품목을 납품하는 1위 브랜드 엘리트 학생복과 2030 스포츠웨어 ‘리클라이브’, 유니폼 ‘윌비’ 등 패션 의류 분야에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 가산동에 본사가 있고 직원은 9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