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이 빠져 편자가 떨어졌다. 편자가 없어져 말이 넘어졌다. 말이 넘어져 장수가 낙마했다. 장수는 죽고 전쟁은 패배했다. 패배한 왕국은 멸망했다"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이 잇따르던 17세기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동요가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했다. 실은 군주왕권이 전복됨에 따라 시민권리의 신장과 의회민주주의 출발을 기뻐하는 시민들의 노래였다.
이 동요가 시사하듯 말발굽의 편자는 수세기 동안 번영했던 절대왕국의 안위와 직결될 만큼 기병문화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 "No hoof, no horse"라는 서양 격언이 있을 만큼 말에게 있어서 발굽은 생명과도 같고 그것을 지켜주는 것이 편자이기 때문이다.
편자는 말발굽 보호를 위해 발굽바닥에 붙인 U자형 쇠붙이. 일명 제철(蹄鐵)이라고도 한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말은 스스로 필요한 만큼만 운동하므로 발굽이 심하게 닳거나 손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주마나 노역마 등 주로나 도로 를 걸어야 하는 경우 발굽이 쉽게 마모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 편자를 부착하는 것이다.
앞발굽과 뒷발굽의 모양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편자모양도 역시 앞다리 것은 동그랗고 뒷다리 것은 계란형으로 길쭉하다. 용도와 기능에 따라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경주용·승용·노역용 편자가 각기 다르고, 발굽에 질환이 있을 때 치료용으로 장착하는 특수편자도 여러 형태가 있다. 과거에는 무쇠를 달구어 발굽모양에 맞춰 망치로 두들겨 재단해서 붙였다.
편자를 만들어 붙이는 장제기술은 수년을 연마해도 숙련자가 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어렵다. 편자 못을 잘못 박아 발바닥을 뚫어 상처를 내기도 하고, 편자 두께의 좌우 균형을 잘못 맞추면 발목이나 무릎에 관절염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쇠편자는 무겁기 때문에 스피드가 중요한 경주마에게는 드랄루민 편자를 쓴다. 드랄루민 편자는 신기술 제품으로 무게가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발굽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치수로 기성품화 돼 있어 작업이 편리하다.
●편자는 행운의 상징.
편자는 순전히 말발굽 보호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승용차에도 달려있고 저택 대문이나 현관에도 붙여있다. 교회 문턱이나 호텔 로비 중앙에도 걸려있다. 반지·팔찌·목걸이 등 편자문양의 악세사리도 다양하다. 편자가 달린 열쇠고리 하나쯤은 누구나 가질 정도다.
심지어는 해군 함대 뱃머리에도 붙인다. 영국의 넬슨 제독도 트라팔가 해협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 함대와 맞서 혈전을 벌일 때 지휘선 빅토리아 호에 편자를 달고 나갔으며 결국 승리했다. 영국 택시기사들은 U자가 들어있는 자동차 번호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U자는 편자의 모양과 같기 때문이다. 1922년 원자의 양자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집 현관에도 편자가 걸려있었다고 한다.
편자는 바로 행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네잎클로버 같은 단순한 행운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노력한 것에 대한 보장성 행운을 의미한다. 말굽이 닳도록 훈련하고 노력하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로도 사람들은 명마가 신었던 편자를 더 좋아한다.
●편자는 왜 행운의 상징일까?
편자가 행운의 징표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만큼 편자가 왜 행운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설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편자는 주술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편자를 만들 때 쇠붙이를 벌겋게 달구어 말발굽에 여러 차례 대보며 그 크기와 균형을 가늠하는데, 이때 발굽이 지글지글 타오르데도 말은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주술사들에게 초자연적 심령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져 편자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외에도 편자를 발굽에 붙일 때 행운의 숫자인 7개의 못을 사용한 점, 편자의 주 재료가 악령을 물리친다고 믿어진 철이라는 점, 문간에 붙인 U자형 편자는 건물 보호신의 상징으로 걸어놓았던 좌우 한 쌍의 물소 뿔과 이미지가 같다는 점, 편자를 신기면 마력이 향상되어 그 전보다 무거운 짐마차를 끈다는 점, 초승달과 같이 구부러져 달의 여신이 연상되는 점 등이 편자를 신비와 행운의 징표로 여기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편자의 모양과 관련되어 부여한 행운의 의미가 있다. 편자를 옆으로 놓으면 C자 형태가 되는데, 이는 그리스도(Christ)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기독교인도 있다. 편자를 엎어 놓으면 ∩모양이 되는데 이는 보호의 상징으로 여긴다. 고대 건축물 돔형 지붕이 사람들에게 안락한 생활공간을 제공하듯, 볼록하게 솟아오른 어머니 뱃속에서 태아가 보호받으며 성장하듯, 편자의 ∩모양에서 사람들은 평안과 안락을 느낀다.
그 의미가 어찌됐든 간에 이런 여러 가지 상징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편자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인기 높은 영험한 부적이 되고 있다. 마음 속에 행운의 편자를 품고 다니면서 아름다운 행운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