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여 년간 서울경마공원에서 기수와 마필관리사로 활동해 온 황영원 조교사와 신삼영 조교사가 7월1일자로 각각 47조와 41조 마방을 대부받아 개업했다. 경주마와 함께 쉼없이 한 길을 달려온 두 사람이 다시 펼치는 인생 2막은 어떤 모습일까. 오랫동안 품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제 막 새 걸음을 내디딘 두 신인 조교사의 야심을 들어봤다.
▲황영원 조교사(47조 마방)/ “포기 않는 근성이 내 특기 … 성적으로 말하겠다”
기수로 이름을 먼저 알린 황영원 조교사(42)는 47조 마방에 새살림을 꾸렸다. 황 조교사가 기수 시절 거둔 성적은 829전 71승(승률 8.6%, 복승률 18.2%)에 불과하다. 큰 키가 핸디캡으로 작용해 기수로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조교사로서의 출발도 초라하다. 47조 마방에 소속된 마필은 '임페리얼스타' 한 마리 뿐이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히딩크 감독처럼 현역시절 스타가 아니었던 선수가 명장으로 거듭난 예는 얼마든지 많다.
황 조교사는 기수시절 명문 마방을 거치며 조교사들과 일한 경험이야말로 마방을 훌륭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경마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신우철, 최영주 조교사 등을 지켜보며 마방 운영의 생리에 대해 배웠다"고 말하는 그는 어깨너머로 배운 노하우를 백배 발휘해 자신만의 명성을 쌓아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황 조교사의 강점은 경주마 조련이다. 기수보다는 조교자로서의 능력이 더욱 출중해 이른바 '똥말'이나 악벽마도 황 조교사의 손을 거치면 입상률이 껑충 뛴다는 사실은 마방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때문에 악벽마를 만나 애를 먹는 마방은 마지막 수단으로 황 조교사에게 고삐를 맡긴다. 경주마의 습성을 정확히 판단해 그에 적합한 훈련법을 적용하고 경주마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게 비결이다.
경주마 조련에 남다른 실력을 발휘한다는 점은 조교사의 가장 큰 자산이다. 어차피 경마는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철저한 승부게임이기 때문이다. 마방내에서의 최고의 선은 바로 ‘좋은 성적’이다.
황영원 조교사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패하는 것보다 부끄러운 것이 포기하는 것이다”라는 신조로 마음을 다잡으며 마방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황 조교사의 눈빛은 유난히 다부지게 빛났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는 결국 백마디 말보다 결과로 모든 것이 대변된다"며 말보다 성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켜주겠다는 황영원 조교사. 포기를 모르는 그의 투지가 단단한 믿음으로 와닿는다.
▲신삼영 조교사 (41조 마방)/ “한국경마를 넘어 세계적 조교사 될 것”
8조(김춘근 조교사)의 둥지를 떠나 새 출발을 하는 신삼영 조교사(46)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 있다. “조교보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다가 결과로 승부하는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 상당히 긴장된다”는 신삼영 조교사는 “41조 마방을 경영하는 CEO로서 마인드를 새롭게 하겠다”며 첫 소감을 밝혔다.
신 조교사의 목표는 확고하다. 트리플크라운(삼관마)을 달성하는 훌륭한 경주마를 육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그에게 국내 무대는 최종목표가 아니다. 먼 훗날 재팬컵, 두바이컵에도 출전, 한국 경마의 국제화에 자신이 한 몫하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이를 위해 영어학원도 꾸준히 다니며 회화실력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평소 신조인 “Stay hungry"에 걸맞은 넓은 배포다.
신삼영 조교사가 세계무대로 눈을 돌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필관리사 출신으로 조교사협회에서 주선한 해외연수에 선발된 1기이며, 그 후 조교사가 된 ‘1호’라는 위치는 마음가짐을 남다르게 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눈길을 처음 밟는 자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딛는 첫 발길이 다른 마필관리사가 뒤따를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책임감과 동시에 자부심도 느끼고 있다.
41조 마방은 6마리의 말로 시작할 예정이다. ‘볼드윈즈’, ‘위닝머신’, ‘트리플위너’ 등의 기존 경주마와 ‘불꽃요정’이라는 신마가 한솥밥을 먹게 된다. “마방을 운영하는 것은 조교사와 관리자, 기수 등 다양한 이들이 조화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와도 같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41조 마방의 힘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