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아버지의 힘 송승준’ 롯데, LG 꺾고 2연승
롯데 송승준에게 31일 사직구장 LG전은 특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첫 선발 등판. 송승준은 전날 첫 아들 현서군의 탄생 순간을 병원에서 진통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지켜봤다. 출산 전까지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했던 송승준은 30일 "멍한 기분이지만 내일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구장을 떠났다.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약속을 지켰다. 송승준은 3회초 조인성과 오지환의 솔로 홈런 두 개로 2점을 내줬고 8회초엔 유격수 실책 뒤 오지환에게 다시 투런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8회 1사에서 강판되기 전까지 5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공이 달랐다. 5회까지 던진 71구 가운데 56개(79%)가 직구였다. 최고 구속 시속 146km를 찍은 힘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했다.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송승준의 무4사구 경기는 올시즌 두 번째다. 7⅓이닝 동안 6피안타로 5실점. 그러나 자책점은 3점이었고, 그 중 1점은 2사 뒤 불규칙 바운드로 나온 안타 때문이었다.
송승준의 호투 속에 롯데는 모처럼 '선발 투수 6이닝 이상 투구 + 타선 폭발'이라는 좋을 때의 공식으로 LG에 10-8 승리를 거뒀다. 전날 만루 홈런을 친 강민호는 4-2로 앞선 5회말 승부를 결정짓는 3점 홈런을 사직구장 왼쪽 스탠드에 꽂았다.
태어난 지 이틀 째인 송현서군은 구단의 나쁜 징크스를 사라지게 한 복덩이였다. 이날 롯데 선수들은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고, 사직구장은 시즌 5번째 매진 사례를 했다. 2008년 이후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 경기 전적은 3전 전패, 올해 만원 경기에선 4전 전패였다. 이날은 아내 김수희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송승준은 아들에게 "네가 태어나 아빠가 승리투수가 된 것 같다. 엄마에게도 좋은 생일 선물이 됐다. 남자답게 씩씩한 성격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선생님이 자라면 체격이 좋을 거라고 했다. 운동 선수가 되겠다면 기꺼이 뒷받침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LG는 8·9회 6점을 내며 추격했지만 초반 점수 차가 너무 컸다. 조인성은 3회초 솔로 홈런으로 1992·1998년 김동수와 팀 포수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개)을 세웠다. 10·11호 홈런을 날린 오지환은 1999년 류지현 이후 11년 만에 LG 유격수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부산=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