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마가 생활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승마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2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서울과 수도권에는 승마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에는 뚝섬에 있는 서울시승마훈련원이 유일한 승마장이며 수도권의 승마장들도 대부분 도심을 크게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승마 활성화를 막고 있다.
2009년 8월7일 법제처에서 ‘그린벨트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승마장 설립의 숨통이 트인 듯 했다. 수도권의 그린벨트 지역에도 승마장이 생길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린벨트에서 승마장 허가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세금만 13억원이나 되고 허가받아야 할 관공서도 6곳이나 된다. 승마장은 국내 승마발전의 원동력이다. 현행 제도를 손질하지 않는다면 승마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승마장 열려면 세금만 13억원
국내 1호 그린벨트 승마장인 부천 비바승마클럽(2009년 11월)의 이숭열(53) 대표는 “이렇게 복잡하고 세금이 많이 나올 줄 알았으면 승마장은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푸념한다.
이 대표는 실내승마장을 포함한 번듯한 사계절 승마클럽을 운영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금 폭탄’의 위세에 눌려 실내승마장을 포기해야 했다.
그가 승마장을 허가를 받기 위해 지출한 세금은 ‘그린벨트 훼손 부담금’(사무실동 303㎡) 1억3000만원과 ‘농지전용부담금’ 2억1000만원(농민의 경우 감면·환급받음)이다. 준공 후 받은 세금 고지서는 ‘개발 부담금’ 1억8000만원·‘지목변경취득세’ 3000만원으로 세금만 총 5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만약 계획처럼 1500㎡의 실내승마장을 지었다면 추가로 6억5000만원의 그린벨트 훼손 부담금과 1억원 상당의 소방설비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했다. 일반인이 승마장을 개장할 경우 세금만 총 13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관공서도 6곳이나 된다. 먼저 시 도시계획과와 체육청소년과의 허가를 얻고 축산과·농정과·세무과의 도장도 받아야 한다. 또 건축물이 500㎡가 넘으면 소방서의 허락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한 승마관계자는 “현행 그린벨트네 승마장 허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비인가 승마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이상한 그린벨트 설치 법률
그린벨트 설치 법률은 현실성이 없다는 게 대부분 승마장 업주들의 불만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조항 때문이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독소 조항은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법률’이다. 그린벨트에서는 건축물을 2000㎡ 이상 지을 수 없다. 그런데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내승마장은 1500㎡이상으로 지을 것을 못 박고 있다. 1500㎡ 이하의 경우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그린벨트 설치 목적은 자연을 훼손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린벨트에서도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서 크기가 작은 실내승마장을 지을 수 없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상규 남양승마클럽 원장은 “우리나라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사계절 운동할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한다. 실내승마장이 꼭 필요한 이유다. 실내승마장이 없으면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그린벨트에 실내마장을 짓기 위해 제도적으로 세금 감면이 필요한 이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승마장 필요한 이유
이숭열 비바승마클럽 대표는 “그린벨트에 승마장이 들어서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고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잠재인구 역시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많다”고 말한다.
귀족 스포츠로 여겨졌던 승마가 생활승마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울과 수도권의 승마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도심 인근 지역에는 승마장이 들어설 수 있는 장소가 없다. 기본적으로 지가가 높고 땅이 있어도 체육시설이용에 관한법률을 충족시킬만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체육시설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린벨트가 아닌 지역에서 승마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0㎡의 부지가 필요하고 실내승마장은 1500㎡이상·10마리의 말을 보유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의 도심 인근에서 승마장을 개장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길 밖에 없다.
정성규 국민생활체육승마전국연합회 처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빈 공간은 그린벨트가 유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한 뒤 "말 산업은 녹색산업이다. 말은 다른 가축들과 달리 축산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분뇨 등의 폐기물은 100% 친환경 비료로 환원될 수 있다”며 “그린벨트를 훼손시키지 않고 국민들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게 말 산업의 장점이다. 그린벨트에 승마장 설치가 활성화 돼야 하는 이유다”고 밝혔다.
★이숭열 대표 “메뉴얼 체크 해 2억원 세금 환급”
이숭열 비바승마클럽 대표는 KRA한국마사회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사회에서 발행한 ‘승마장 설치법령및 절차 매뉴얼’(매뉴얼) 덕분에 거액의 세금도 환급 받았고 저리로 융자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매뉴얼을 꼼꼼히 공부해서 농지전용부담금으로 냈던 2억1000만원의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었다.
그는 2009년 8월‘그린벨트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그린벨트에서 처음인 2009년 11월 승마장을 개장했다. 승마장을 개장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문의할 사람도 없었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처음 있는 일이라 혼선이 많았다.
이 대표는 승마장을 연 직후 매뉴얼을 다시 읽다가 ‘농어민 농지전용 부담금 100% 감면’이란 문구를 발견했다. 현 승마장 부지에서 과수 재배를 했던 그는 농민의 자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도 도청의 농어촌 축산과에 환급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과장은 “농어민 농지전용부담금 감면은 지방만 되고 수도권은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전화를 끊으면서 “마사회가 보통 조직이 아닌데 실수할 일이 없으니 다시 한 번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부천시로부터 환급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뉴얼이 없었다면 2억1000만원을 세금을 고스란히 날릴 뻔 했다. 이밖에도 승마장 허가를 받은 사람에게 저리로 15억원까지 국민체육 진흥공단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는 귀중한 정보도 얻었다. 그는 “승마장 설치법령및 절차 매뉴얼은 승마장 개장을 돕는 바이블”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