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발명씨의 집 안에 있는 개인 실험실에서 역사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관을 하는 사람들은 노벨상을 받은 몇 명의 과학자들이었다.
왕발명씨가 왼쪽의 붉은색 통 안에 이쑤시개를 넣고 전송 단추를 누르자 5m쯤 떨어져 있는 오른쪽 파란색 통 안에 그 이쑤시개나 나타났다. 붉은색 통에 있던 이쑤시개가 파란색 통으로 옮겨간 것이다. 지켜보던 과학자들이 직접 나서서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해 검증하고 나서 역사를 바꿀만한 발명이라고 극찬했다.
왕발명씨의 발명은 현재까지는 이쑤시개 같은 단순한 물질을 근거리로 전송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 크고 복잡한 물건들, 심지어 사람까지 먼 곳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천지개벽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자동차·비행기·선박 같은 교통수단은 모두 사라질 테고 도시와 시골의 경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구가 아니라 달나라에 집을 짓고 살며 물체전송기를 통해 공급되는 히말라야의 맑은 공기로 숨을 쉬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뉴욕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왕발명씨의 공개실험이 있고 난 며칠 뒤 왕발명씨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왕발명씨는 직접 지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고 50대의 가사 도우미가 출퇴근을 하며 집안일을 돕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 6시에 퇴근한 가사 도우미가 오늘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왕발명씨의 집 초인종을 몇 번씩 눌렀는데도 안에서 대답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가사 도우미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점심때 다시 돌아와 초인종을 눌러댔다. 역시 대답이 없었다.
가사 도우미가 왕발명씨의 집 앞을 헤매고 있을 때 외국인 몇 사람이 가사 도우미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왕발명씨로부터 물체전송기술을 사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왕발명씨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결코 만나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았고 초인종을 눌러도 낯선 사람인 경우에는 문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어제 저녁 때 내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도 대답이 없었는데…”
일본인이 초인종을 반복해 누르고 있는 가사 도우미를 보며 한국말로 말했다.
"나도….”
다른 외국인들도 이구동성이었다. 그러자 가사 도우미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분명 왕발명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가사 도우미와 외국인들이 집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모든 창문에 굵은 창살이 쳐져 있어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결국 가사 도우미가 전화를 걸어 열쇠업자를 불렀다. 열쇠업자는 출입물의 장금장치를 꼼꼼히 살피더니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이건 극단적인 잠금장치입니다. 이 잠금장치의 카드키는 하나뿐이고 복사조차도 되지 않아서 안전이 보장되는 반면 카드키를 잃어버리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잠금장치를 부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카드키가 없으면 절대 이 문을 열 수도, 잠글 수도 없습니다.”
결국 열쇠업자가 출입문의 장금장치를 드릴과 쇠톱으로 절단해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가사 도우미가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집의 맨 안쪽에 있는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간 가사도우미가 비명을 질렀다. 실험실 안에 왕발명씨가 쓰러져 있었는데 머리와 머리 주변에 피가 흥건했다.
겁에 질린 가사 도우미가 실험실에서 뛰쳐나오는 순간 가사 도우미의 비명을 듣고 나타난 외국인들이 실험실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실험실 안의 끔찍한 장면을 보고 발길을 멈췄던 외국인들이 왕발명씨에게 다가가 코와 목에 손가락을 대보았다.
“죽었군. 싸늘한 것이, 죽은 지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자, 모두 그만 나갑시다. 현장을 훼손하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만지면 안 됩니다.”
중국인의 말에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다. 1시간쯤 지나서 은요일 요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조사를 해보니 왕발명씨의 사망 추정 시간은 어젯밤 10시께였다. 어젯밤 범인은 실험실 안에 있는 물체전송기를 파괴했고 컴퓨터 안의 자료들도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모두 파괴했다. 자료를 복사한 뒤 파괴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범인이 어떻게 안으로 들어왔다 밖으로 빠져나갔냐는 것이었다. 왕발명씨의 집에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카드키는 은요일 요원이 죽은 왕발명씨가 입고 있는 피 묻은 셔츠의 호주머니에서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야 왕발명씨가 범인에게 문을 열어줬을 수도 있고, 나가는 것이야 제 발로 걸어 나가면 되었지만 문제는 시체를 발견할 때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는 점이었다. 왕발명씨의 집 출입문은 카드키가 없으면 밖에서 잠그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하나 뿐인 카드키는 죽은 왕발명씨가 입고 있던 셔츠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다.
범인이 안에서 문을 잠근 뒤 카드키를 죽은 왕발명씨의 호주머니에 넣어놓고 아침까지 집 안에 숨어 있다 열쇠업자가 출입문을 열자 뒤늦게 몰래 도망간 것도 아니었고 죽은 왕발명씨가 괴한에게 머리를 가격당한 뒤 카드키로 문을 잠그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와 쓰러져 죽었다고 볼 수도 없었다.
“완전 밀실 살인사건이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은요일 요원이 왕발명씨의 셔츠 호주머니에서 꺼낸 카드키를 꼼꼼히 들여다보다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셔츠는 피투성이인데 카드키에는 피가 안 묻어 있네? 그렇다면 범인은….”
이 밀실 살인사건은 어떻게 된 사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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