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이돌 구피(박성호 33, 신동욱32)가 아이돌 그룹의 홍수 속에 돌아왔다. 96년에 '마니마니'로 데뷔, 벌써 데뷔 15년차다. 90년대 생이 주류인 현재 아이돌 그룹들과 나이차를 따지면 '삼촌'뻘이다.
"마음은 아이돌이죠. 다만 몸이 과격한 춤동작을 소화 못해요. (웃음) 우리 같은 삼촌돌은 걸그룹 보면서 눈과 귀가 신나요."
'원조'격인 이들은 요즘 아이돌의 실력에 높은 점수를 준다. "실력은 요즘 후배들이 뛰어나요. 오랜 기간 기획사에 소속돼 기계적 트레이닝을 잘 받아서겠죠. 하지만 개성이 없는 것은 아쉽죠. 우리 때는 자연스럽게 팀마다 놀던 문화가 묻어났는데 요즘은 연습의 흔적이 너무 짙다고나 할까. 또 우리 때는 댄스 그룹도 모두 직접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음악을 하려는 친구들보다 예능을 하려는 친구들이 많다는 게 아쉽죠."
구피하면 화려한 댄스곡이 떠오르지만 이들이 내놓은 앨범은 '언플러그드 소울'. 타이틀 '못난 남자야'는 힙합 비트가 느껴지는 미디엄 템포의 곡. 댄스 보다는 오히려 애잔한 발라드 정서에 가까운 노래다.
"노래와 팀을 매치 시키지 못하시더라고요. 요즘 어린 친구들과 경쟁하려면 음악이라도 새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방송에도 피처링을 한 김가희·구태하와 함께 서거든요."
원년 멤버 이승광은 사업가로 변신해 팀에서 빠졌지만, 두 멤버는 꾸준히 앨범을 내고 구피란 이름을 지켜갈 생각. 신동욱은 케이블 XTM '절대남자'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성호는 프로듀서로 이미 음악계에 자리를 잡았다.
"요즘 아이돌과 경쟁하기 위한 우리의 필살기는 음악이에요. 팀은 오래됐지만 음악은 식상하면 안돼죠. 우리의 연륜이 묻어 나지만, 또 올드해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계속 연구할 겁니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