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국내 필드의 가장 큰 화두는 '컬러볼 열풍'이다.
그동안 컬러볼 하면 겨울용 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골프볼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이젠 개성파를 위한 골프볼'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컬러볼 사용은 아마추어 골퍼들보다는 오히려 해외 골프투어 무대에서 먼저 시작됐다.
투어 선수 가운데서는 LPGA투어에서 뛰면서 분홍색 옷을 즐겨 있는 '핑크공주' 폴라 크리머(미국)가 첫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크리머는 대회 마지막날이면 어김없이 '분홍색 컬러볼'을 사용하면서 '핑크공주'의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 크리머의 컬러볼 투어가 최근 2~3년 진행되면서 그 불똥이 일본으로 튀었고 올해 국내 여자프로골프 투어는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까지도 급속히 확산 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한 중심에 있는 업체가 바로 국산 골프볼 메이커인 ㈜볼빅(회장 문경안)이다. 컬러볼을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산하는 골프볼 전문 제조회사다. 지난해까지 5%정도였던 컬러볼의 시장점유율을 올해 20%정도까지 끌어올리는 '대박 브랜드'로 성장했다. 컬러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흰색 볼과 비교해서 성능(비거리와 스핀)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렇다면 볼을 찾기 쉽고, 상대방과의 볼 식별이 용이하고, 자신만의 색깔(개성) 있는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컬러볼을 쓰자는 게 대세다.
그러나 충북 음성에 연간 100만더즌의 골프볼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설비를 갖춘 이 업체는 1997년까지는 전량 수출에만 매달렸다.
1998년 들어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려 국산 골프볼 '볼빅(volvik)'을 내놓았지만 성장 속도는 더뎠다. 품질을 뛰어났지만 외산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볼빅을 애용하는 매니아층이 있었지만 냉냉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정도의 열기는 아니었다.
볼빅이 올해 제2의 도약기를 맞게 된 것은 오너가 새로 바뀌면서부터다. 철강유통회사 비엠스틸을 경영하고 있는 문 회장이 2009년 8월 볼빅을 인수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왔다. 기존의 고품질 제품 생산 외에 디자인과 컬러가 확 바뀌었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골퍼들이 실력에 따라 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특화하는 전략적 개발 및 마케팅을 선보였다.
볼빅은 현재 36가지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특허 제품으론 '외유내강' 타입의 다층구조 볼,비스무스 금속을 함유한 볼,지르코니아를 함유한 부드러운 Z-커버 볼,392 큐브 옥타헤드론 딤플 볼 등이 그것이다. 이들 제품은 골프볼의 3대 요소인 '거리-정확성-부드러운 타구감'을 최대한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컬러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볼빅은 지난해에 4피스볼인 'VISTA iv'에 이어 올해 이를 업그레드시킨 'VISTA iS 4pc 옐로'를 출시했다. 스핀이 잘 걸리고 비거리를 증대시킨 이 볼을 프리미엄 골프볼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제품은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아이언 클럽의 새 그루브 규정에 맞춘 최적의 볼로 볼빅의 모든 기술적 노하우가 집약됐다. 노란색 컬러볼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실제로 스윙 로봇과 트랙맨으로 측정한 결과 평균 비거리는 241.9~244.1야드로 업계 경쟁사인 C사(236.1야드)와 T사(240.7야드)의 제품을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또 볼의 외부 커버로 경도-48(Shore D)의 부드러운 소재(HZ-Ⅱ·두께 1.1mm)를 사용함으로써 이상적인 스핀율을 만들어내 그린에서 볼이 잘 멈춰 서도록 고안했다. 이 결과 '컬러볼은 눈 내리는 겨울철에 사용하거나 여성용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이제는 볼빅은 '개성파'를 위한 컬러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