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종상 시상식에서 가수들의 축하 공연에 배우들이 무표정했던 것을 두고 일부 가수들이 맹비난하고 나섰다. 일반 음반순위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소녀시대가 축하 공연을 했는데 박수도 안치고 웃지 않는 등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며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네티즌도 가세하면서 주말 내내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그렇다면 왜 영화 배우들은 잔칫집에 축하하러 온 손님을 상대로 얼음 공주와 왕자가 됐을까?
가수 축하공연에 "왜 박수 안쳐"29일 SG워너비의 이석훈(26)이 자신의 트위터에 "박수 치는 거 어렵나?! 웃는거 어려우?! 음악이 나오는데 어떻게 몸이 가만히 있을 수 있어?! 너무하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소녀시대가 '오!(Oh!)'와 '훗(Hoot)' 등을 부르며 축하 공연을 펼쳤지만 영화 배우들이 무표정과 무호응으로 일관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되면서 인터넷상에서 파장이 일었다.
다음날 다른 가수들도 거들고 나섰다. 가수 싸이(33)는 30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대종상 시상식이 디게 경건하고 고급스러웠나봐요?"라며 "모름지기 그런 잔치집에 나같은 놈이 가서 객석 난입 좀 해드려야 하는건데"라고 썼다. 그는 이날 MBC '쇼음악중심'에 출연해 실제로 '객석 난입' 퍼포먼스를 펼쳤다. 가수 더네임(30)도 같은 날 트위터에 "광대들아 풍악을 울려라인가? 외국처럼 박수치고 즐기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미소 정도는 보내줄 수 있잖아"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소시 예뻐하고 즐거워했는데…"일부 가수들의 격한 비난에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은 오해라고 입을 모았다. 대종상 시상식을 취재했던 한 스포츠지의 K 영화 기자(40)는 "영화상 시상식의 참석자들은 수상 후보인 경우가 많아 긴장하고 있다"며 "축하 공연을 자유롭게 즐기기에는 마음적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소녀시대의 노래가 생소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K 영화 관계자(42)는 "소시가 국내 공개 무대에서 '오!'와 '훗'을 부른 적이 많지 않아 배우들도 주로 감상하는 분위기였다"며 "잘 알려진 '지(Gee)'를 불렀다면 반응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생소한 노래였지만 소녀시대에 대해 예뻐하고 즐거워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오다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일부 영화 관계자는 이 사태를 황당해했다. 잠깐 나간 중계 화면을 보고 당시 영화 배우들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C 영화 관계자(42)는 "일반적으로 영화상 시상식이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가 아니라"며 "영화계 대선배인 윤여정씨가 춤이라도 춰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준성 SBS 대종상 담당 총괄PD는 "사전 카메라 리허설 때 연습한 대로 카메라가 객석을 잡았는데 배우들의 표정이 마침 그랬나보다"며 "좋은 화면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입장에서 배우들이 좀더 환한 표정을 지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사진=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