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기억은 24년전 1986 서울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광래·허정무·박경훈·이태호·조영증·최순호·김주성 등 쟁쟁한 멤버들이 하나로 뭉쳐 홈그라운드에서 애국가를 울렸다. K-리그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그 때의 주역들로부터 기대와 충고를 들어본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 태릉에서 합숙할 때부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하고 지도자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못 먹던 뱀탕까지 먹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그 결과가 준결승전과 결승전의 골로 이어져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다. 상당수가 A대표팀에서 뛸 정도로 기술과 기량이 좋다. 최고 전력을 갖춘 만큼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의 선전이 2012년 런던 올림픽 나아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으로 이어지길 빈다.
허정무 인천 유니이트 감독사실 24년 전 나는 아시안게임에서 역적이 될 뻔했다. 이란과 준준결승전 때 퇴장당했다(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이란을 꺾었음). 그래서 준결승전은 못 뛰고 결승전만 뛰었다. 마지막 A매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 한국은 참 잘 구성돼 있었다.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개성이 강했다. 기술 좋은 선수만 있다고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화를 이루며 특징 있는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하는데, 그때가 멤버 조합이 가장 잘 됐을 때가 아닌가 싶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현 대표팀도 구성이 좋다. 금메달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다.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우승까지 가는 길에는 반드시 고비가 있다. 슬기롭게 넘겨야 영광을 따낼 수 있다. 1986 대회 때는 8강이 고비였다. 비가 억수 같이 오는 상황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겼다. 그 뒤는 수월했다. 준결승 때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꺾었고 부담스러울 줄 알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도 2-0으로 이겼다.
1986 아시안게임은 무척 부담스러운 대회였다.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대회를 개최할 때였다. 1988 올림픽 성공을 위해 온나라가 비상체제였다. 소위 인기스포츠인 축구팀에 엄청난 관심과 기대가 쏠렸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입대영장을 받아 놓은 상황에서 대회를 치렀다. 금메달을 따지 못 했다면 곧바로 훈련소로 가야 할 상황이었다. 무척 절박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우리 대표팀은 오랫동안 발을 맞춰왔다. 1986 멕시코 월드컵을 치르고 아시안 게임에 임했다. 큰 무대를 경험한 뒤라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특히 선배들이 잘 이끌어줘 팀 분위기가 안정돼 있었다.
이번 대표팀도 가진 장점을 잘 살려주길 기대한다. 작년 U-20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그 때 얻은 자신감과 조직력을 잘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와일드카드로 김정우와 박주영이 포진한 건 다행스럽다. 둘 다 성실한 선수라 후배들과 잘 어울리리라 기대한다. 감독에겐 영감이란 게 있다. 24년만에 후배들이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따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장치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