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주춤거리던 ‘호화군단’ 서울 SK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4승 4패)까지 저조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키더니 11월 들어 3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초반 이긴 상대가 다소 전력이 약한 팀이었다면 이번에는 강팀(부산 KT·창원 LG·서울 삼성)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 시즌 6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서울 라이벌’ 삼성과는 올 시즌 두 번 만나 모두 승리했다. 7승 4패를 기록한 3위 SK는 1위 인천 전자랜드와 승차를 1.5경기차로 좁혔다.
◇ 기싸움은 끝났다.신선우 SK감독은 7일 삼성전이 열리기 전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사이에 기싸움이 있었다. 염려했던 부분이 나타났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고 했다. 김효범·김민수·테렌스 레더·마퀸 챈들러 등 득점력을 갖춘 선수들이 저마다 스스로 해결을 하려다 보니 생긴 문제였다.
지난달 22일 전주 KCC에 크게 패한 뒤에는 김효범과 레더 사이에 언쟁까지 벌어졌다. 레더는 김효범에게 “나에게 왜 패스를 주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효범은 되레 “팀을 생각하고 볼 욕심을 줄여라. 다른 선수들을 활용하라”고 받아쳤다. 둘은 한동안 언쟁을 벌였고 결국 레더가 “나도 고치겠지만 (다른 선수들도) 밖에서 공을 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볼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안쪽으로 파고들라”고 주문하며 논쟁은 일단락됐다.
◇ 팀이 공격하고 팀이 수비한다.추일승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SK의 공격은 시즌 초반 1대 1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팀이 함께 공격을 하고 있다”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그는 7일 삼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팀 속공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SK는 이날 빠른 농구를 하는 삼성을 상대로 7개의 팀속공을 기록했다. 시즌 최다 수치다.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수비조직력도 팀의 연승에 일조했다. 주희정은 “시즌 초반 부진했던 것은 수비 조직이 삐걱댔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기를 거듭하며 맞아떨어져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 ‘악동’ 레더·챈들러의 순한 양 변신외국인 선수 레더와 챈들러가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6일 시소게임을 벌이던 4쿼터.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레더는 욕심 내지 않고 김민수에게 어시스트했다. 예전같으면 본인이 해결하려다 공격 기회를 망칠만한 상황이었다. 레더의 패스를 받은 김민수의 골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됐다.
챈들러의 노력도 가상하다. 신 감독은 “챈들러가 장염으로 6일 아침까지 누워만 있었다. 경기장에 데려오지 않으려 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고 칭찬했다. 챈들러는 이날 레더가 빠졌던 3쿼터에서 7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장 국장은 “내년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를 팀당 한 명밖에 보유하지 못한다. 레더나 챈들러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하는 선수들이다.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찬 기자 [jayc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