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보니 내가 소속됐던 '양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지는 1966년 북한이 월드컵 8강에 오르자 자극을 받아 1967년 만들어진 팀이다. 당시 권력 실세인 중앙정보부장이 운영해 오랜 합숙기간으로 조직력을 다질 수 있었다. 오늘 북한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는 모습은 그 양지를 떠오르게 했다.
북한은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집중적으로 훈련을 한 모습이 보였다. 4.25팀과 같은 군대 팀에서 국가대표를 육성하니 조직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단단한 수비진을 뚫기 위해서는 빠른 공수 전환과 패턴플레이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홍명보 팀이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은 괜찮았다. 패스의 큰 그림도 좋았다. 하지만 공격의 마무리는 크로스와 슈팅으로 맺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속도가 아쉬운 한판이다. 김정우나 김보경이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파괴력이 부족했다. 좌우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의 세밀함도 떨어졌다. 어물거리다 좋은 기회에서 타이밍을 놓치는 것도 고쳐야 한다.
실점 장면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문제다. 김승규의 경기 경험이 조금 더 많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공이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홍명보 감독도 지도자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수교체를 세련되게 할 수 없었다. 홍 감독은 교체 타이밍에 대한 연구를 조금더 많이 해봐야 할 것이다. 감독도 선수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큰 팀이다.
졌다고 낙담할 것 없다. 리그에서 한 경기에 진 것뿐이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요르단이나 팔레스타인과 같은 팀도 북한처럼 수비를 두텁게 세울 것이다. 그때는 빠른 공격이 필요하다.
일간스포츠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