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뛰어난 외모는 양날의 검이다. 때로는 기량을 더욱더 빛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외모 때문에 기량이나 쌓아온 노력을 폄하되기도 한다. 이는 특히 여자선수일 경우 더하다. 비슷한 기량을 갖고 있어도 더 많은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외모만 내세운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재색겸비'란 말이 있듯 뛰어난 재능과 미모를 동시에 갖춘 선수는 팬들의 이목을 더욱 모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 국가대표 중 얼굴도, 기량도 최고인 선수를 모았다.
▲차유람
"너무 어렸던 지난 대회…이번엔 다르다" 차유람(23)의 인생은 2006년 9월 전환점을 맞았다. 세계적 당구 스타 자넷 리(39·미국)와 포켓볼 친선 경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날 대등한 경기를 펼친 차유람은 '미녀 당구 소녀'라는 수식어를 단 스타가 됐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19세 소녀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도 탈락했다. 그 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또 각종 이벤트 경기와 행사를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당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4년이 지났다. 남몰래 피나는 연습을 해 슬럼프를 극복했고, 플레이도 한층 노련해졌다. 세계랭킹은 3위까지 치솟았다. 이제 외모보다는 뛰어난 실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 암웨이배 세계 여자 9볼 오픈 우승까지 차지하며 실력으로 자신을 알렸다. 이제 남은 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뿐이다. 8볼과 9볼 두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특히 9볼에서 훌륭한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유람은 "외모로 평가받기가 싫었다.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었다"며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때는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라이벌은 국내에 있다. 미국 프로당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랭킹 7위 김가영(27)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US오픈 9볼 챔피언십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정상에 올랐다. 대진표상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김은별
"얼굴로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가장 상처" 김은별은 (21 한국체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근대 5종 국가대표다.
근대 5종은 펜싱과 수영·승마·콤바인(육상·사격)을 하루에 모두 하는 종목이다. 승마 때문에 마장이 있는 성남 상무대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은별은 탤런트 이민정을 닮은 외모로 상무대 군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김은별은 "식당에서 저를 보고 저한테 직접은 아니고 우리 근대 5종 남자 선배들한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코치 선생님들이 이런 일들은 운동에 방해가 되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많이 하신다"고 경계했다.
김은별은 운동보다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평가하는 지도자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는 근대 5종을 하기전 수영을 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어린 나이에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당시 수영 코치들은 "너는 얼굴로 먹고살 수 있으니까 훈련을 대충하냐"며 비꼬았다. 어린 김은별은 그럴 때마다 상처를 받았고 자신감을 잃었다.
결국 2005년에 다른 선배의 추천으로 근대 5종을 선택하게 됐다. 그녀는 수영 외에 다른 종목도 할 수 있어 흥미를 가졌다. 특히 사격이 재미있었다.
김은별은 "원래 성격이 침착하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사대 앞에서 서면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하며 웃었다. 근대 5종에 흥미를 가진지 6년 만에 그는 대표팀에 뽑혔다. 2010 광저우에서 실력으로 평가 받겠다는 각오다. 여자 근대 5종에서 한국은 에이스 양수진을 앞세워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메달을 노린다.
김환.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