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갈량 vs 예부처'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두 사령탑의 충돌이다. 13일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만난 한국과 대만의 사령탑인 조범현(50) 감독과 예즈시엔(51) 감독. 별명에서 드러나듯 지략가와 돌부처의 대결로 요약된다. 조 감독이 상황에 맞춰 운영 스타일을 잘 바꿀 줄 아는 타협형 지도자라면 예 감독은 오로지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걸었던 길부터 달랐다. 조 감독이 철저히 무명선수로 활약하다 일찍 은퇴하고 지도자로 차곡차곡 밟아 갔다. 감독 4년차이던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예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굵직한 국제대회에는 다 출전한 스타플레이어였다. 1984년 LA올림픽에도 출전했고 1994년 야구월드컵 감독을 시작으로 일찍부터 지도자로도 명성을 날렸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민 명장 대접을 받았고 2009년 제2회 WBC 감독으로도 중용됐다.
상반되는 경력이 지도 스타일 차이를 낳는다. 조 감독은 익히 알려진대로 김성근 SK 감독의 애제자. 역시 비주류였던 김 감독 아래서 선수를 보고 팀색깔을 찾아내는 내공을 쌓았다. 선수층이 얕고 기반이 부족하던 SK 감독 시절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나 개성강한 KIA를 맡고는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는 쪽으로 선회했다.
예 감독은 자신의 색깔이 너무 확고해 오히려 성과만큼 인정을 못받는 경우다. 주자가 나가면 무조건 번트를 대는 등 철저하게 보수적인 야구를 구사한다. 프로에 뛰어들지 않고 계속 대학팀 감독을 맡았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경질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궈타이안·홍이중 등 인기 많은 감독들이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실패하면서 2009년 제2회 WBC 때 다시 중용됐지만 여전히 꽉막힌 야구를 하다 한국과 일본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믿음의 야구로 성적과 인기를 모두 얻었던 김인식 감독과 비교돼 대만 내에서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다시는 대표팀과 인연이 없을 것 같았지만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진 뒤 프로팀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배제되면서 이번 대회에 또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대륙간컵대회에서도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게 패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타협과 고집. 이번 한국-대만전을 보는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