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팀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15일 오후 8시·톈허 스타디움)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만났다. 홈팀 중국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중국에 앞선다.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홈 텃세 때문이다.
축구에서 판정이 경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13일 톈허 경기장에서 열린 중국-말레이시아전이 좋은 사례다. 이날 말레이시아는 무려 3명이나 퇴장을 당했다. 라자고발 크리샤나사미 말레이시아 감독은 경기 후 분통을 터뜨렸다. 주심을 맡았던 벤 윌리엄스(호주)에 대해 "그런 심판은 처음 봤다. 그 심판에게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선수가 2명이나 퇴장을 당한 전반까지 0-0으로 맞서다 후반에 2골을 넣어 앞서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선수 1명이 더 퇴장을 당한 뒤 쐐기골이 터졌다. 전반 26분 레드카드를 받은 라힘은 "주장으로서 왜 자술리가 퇴장을 당했는지 물었을 뿐이었다. 주심이 바로 퇴장을 시키더라.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며 억울해 했다.
경기 전 두 팀은 나란히 1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두 팀 모두 16강 진출이 유력했던 가운데 비기면 골 득실에서 앞선 말레이시아가 조 2위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결국 중국이 말레이시아를 누르고 조 2위를 차지, 톈허 경기장에서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중국은 이미 조별리그 3경기를 이 곳에서 치렀다. 톈허 경기장은 최대 관중 6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큰 경기장이다. 중국이 애초부터 조 2위에 오를 것을 예상하고 최상의 시나리오를 짜 놨다는 의혹이 일고있는 이유다.
중국이 조 3위를 차지하면 이란을 만난다. 중국이 이란보다는 한국을 좀 더 만만한 상대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래저래 한국으로서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홍명보 팀은 21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다. 홈 텃세와 많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탓에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일본과 개막전에서 전반 11분 만에 골을 허용한 뒤 허둥대다 2골을 추가 실점했다.
한국은 경고 누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조별예선 3차전에서 결장했던 구자철과 김영권이 출격 명령을 기다린다. 팔레스타인전에서 골 맛을 본 박주영이 최전방에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jangta@joon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