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인어공주' 정다래(19·전남수영연맹)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얼굴 예쁜 선수로만 유명했던 정다래는 18일(한국시간) 평영 여자 2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실력까지 검증받았다.
19일 오전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약간 멍한 표정이었다. 정다래에게 "금메달을 땄는데도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했더니 "어제 도핑테스트를 받고 밤 11시쯤 숙소에 도착해 12시쯤 잠을 잤다. 전화도, 문자도 많이 와서 잠을 설쳤다. 친구들이 '하도 울어서 추하다'고 했다"며 느릿느릿 말했다. 팬들사인 요청에는 친절하게 응하면서도 멍한 표정은 그대로다.
옆에 앉아있던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은 "다래는 기본 표정이 ‘멍’이다. 희노애락이 얼굴이 크게 드러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성격도 좀 예측불허인 구석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4차원 소녀'라고 부른다"고 귀띔했다.
-금메달은 어디에 보관했나. "그냥 방 어디엔가 뒀는데, 그거 모셔놔야 하는 거에요."
운동 선수들에게 금메달은 목표 달성의 상징. 대부분의 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딴 직후 보관함에 고이 넣어 애지중지 보관한다. 하지만 정다래는 시상식 직후 주는 금메달 보관함도 하루가 지난 뒤 받아갔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는 엉엉 울며 '동현(복싱대표 성동현을 지칭)이가 보고싶다'고 했다. '동현이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이름을 주어로 사용하는 어린애 같은 화법이다.
-인터뷰 때 말한 남친이 검색어 1위가 됐다. 어떤 사이인가. "경기 끝나고 동현이랑 통화를 했는데, 동현이가 그냥 '잘했다. 울지 말라'는 얘기만 해줬다. 너무 큰 관심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우리는 중학교 때 만난 친구 사이다. 누가 보고싶냐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는데 너무 화제가 됐다."
대회 전 그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이상형도 화제다. 그는 미남과는 거리가 먼 개그맨 김경진을 이상형으로 지목했다.
-정말 김경진이 이상형인가. "와전이 많이 됐다. 사실 좋아하는 연예인이 거의 없다."
옆에 있던 안종택 평영 코치가 "다래가 연예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즐긴다"고 하자 그간 조용히 말하던 정다래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우, 쌤! 그런 얘기 하면 또 동영상 돌잖아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정다래는 한 방송사의 특별 행사 무대에 올라 '텔미(원더걸스)' 춤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정다래는 "나는 TV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TV나 사진 속 나는 거울에서 보는 나와 다르다. 돼지같은 모습들이 나온다"고 손사레를 쳤다. 이미 정다래의 텔미 춤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한국으로 가면 뭘 하고 싶나. "태릉 선수촌 밥도 맛있지만, 엄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대회가 끝난 뒤 가장 먹고 싶은 음식도 '엄마표 비빔밥'이다."
정다래는는 서울에 있을 때도 전남 여수 고향 집에는 어쩌다 한 번 들른다. 귀국 후 정다래는 곧바로 엄마, 아빠에게 달려갈 예정이다.
정다래는 훈련 때 성적이 훨씬 좋은 선수다. 안 코치는 "다래는 시합 때 유독 본인의 수영을 못 보여줬다.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어제는 자신의 수영을 했다"고 했다. 정다래는 "대회에만 나가면 기록이 잘 안 나와서 사람들이 '연습용'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앞으로 목표는. "이제 런던 올림픽에서 잘 해야 한다. 150m까지 기록은 잘 나오는데, 그 이후 기록을 높여야 한다. 체력을 더 길러야 한다."
안 코치는 "다래가 어제 평영 세계랭킹 3위 사토미를 이겼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다래가 메달을 못 딸 이유도 없다"고 거들었다.
광저우=온누리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