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하반기 가요계의 '뜨거운 감자'는 2년 만에 복귀한 '제대돌'이다.
전역 후 제자리 찾는데 애를 먹어 ‘군대는 무덤’이라는 말을 실감케했던 예전 선배들과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본업인 가수 활동은 물론 군 추억담을 무기로 내세워 예능에서의 활약이 입대 전보다 뜨겁다. 싸이와 성시경은 복귀와 함께 음반·음원 순위에서 아이돌을 밀어냈다. 토니안은 예능 섭외 1순위로 떠오르며 쏟아지는 러브콜을 감당 못할 지경이다. 아이돌이 잠식한 가요계에서 '군기'도 덜 빠진 '제대돌'의 활약을 돌아봤다.
▶본업으로 자리 잡고30대 솔로 가수가 가요 차트 순위에 이름 올리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다. 군까지 다녀온 '아저씨'라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공식을 싸이와 성시경은 깼다. 제대 후 DJ DOC 정규 7집 '풍류'에 참여, 워밍업을 마친 싸이는 정규 5집 '싸이 파이브'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음반과 음원 차트를 싹쓸이 했고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라잇 나우'로 정상에 올랐다. 선공개한 '내 눈에는'과 '땡큐(Thank you)' 역시 동반 인기를 끌었다. '아이돌 천하'인 가요계에서 이 같은 눈부신 선전은 놀랍다는 평가다.
5월 전역한 가수 성시경도 거침없다. 9월 발표한 아이유의 듀엣곡 '그대네요'로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10월부터는 10주년 기념 콘서트 '2년 만에, 그대는…'을 시작해 공연시작 2주 전에 1만2000여석을 모두 매진시키며 추가 공연까지 했다. 8월 해병대서 22개월을 보내고 군기 잡혀 돌아온 이정은 군복무 중 이별 심경을 노래한 '헤어지는 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예능으로 훨훨'제대돌'의 활약은 예능가에서도 포착된다. 11월 방송 개편을 앞두고 방송사는 '제대돌' 잡기에 혈안이다. 가장 각광받는 '블루칩'은 데뷔 10년차 가수 토니안. 9월 전역한 토니안은 KBS '오! 마이 스쿨'(가제)과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뜨거운 형제들'에 고정 멤버로 선택됐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선보인 입담을 인정받은 덕이다. 16일 방송된 SBS '강심장'에서는 '마성의 여인'과의 13년 연애를 폭로하는 등 연일 이슈를 터뜨리고 있다.
수색대서 복무한 김태우는 군경험을 내세워 농촌 버라이어티 KBS 2TV '청춘불패'에 출연해 맹활약했다. 9월 성대결절로 하차하기 전까지 걸그룹 멤버들을 이끌고 '청춘불패'를 인기프로그램으로 안착시켰다. 김종민·하하도 간판 예능 '1박 2일'과 '무한도전'에서 초반 부진을 씻고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고 있다.
▶군대가 약 됐다히트곡이 한 달을 못가는 가요계서 '제대돌'이 2년 공백이 무색한 활약을 펼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현역병이 되면 연예병사 제도로 구제받을 수 있다. 토니안·싸이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연예병사로 선발되면 각종 군부대 행사에 참석하고 라디오 진행까지 도맡게 된다. TN엔터테인먼트의 김숙경 실장은 "군대에서 라디오 DJ로 활동한 것이 예능감을 잃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토니안이 진행했던 6시 국군방송은 인기가 높아 정규 편성될 정도로 군대서 오히려 방송감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강태규씨는 성숙해진 인격에서 이유를 찾았다. "스타들은 2년 동안 대중에게 잊혀질까 전전긍긍한다"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와서 오히려 철이 드는 것 같다. 방송에 집중하는 태도나 노력이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