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마이클 빅, NFL 라이벌 워싱턴 상대로 ‘원맨쇼’
스포츠 관계자들이 아직도 먼데이나잇풋볼 얘기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15일은 필라델피아 이글스 쿼터백 마이클 빅(30)의 재탄생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NFC 동부조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상대로 열린 먼데이나잇풋볼에서 홀로 터치다운 6개를 뿜어내며 이글스의 59-28 대승을 이끌었다. 종전에 NFL에서 보지 못했던 기가막힌 ‘원맨쇼’였다.
빅은 특유의 팔힘과 민첩함을 앞세워 워싱턴 수비진을 초토화시켰다. 팔로는 333야드를 던져 터치다운 4개, 또 발로는 80야드를 내달려 TD 2개를 터트렸다.
‘공공의 적’이 스타 재탄생을 알린 것이다.
불과 3년 전만해도 그는 투견도박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19개월 동안 캔자스주 레븐워스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만가지 생각도 더 했다고 한다. 특히 밤에 점오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가 가장 괴로웠다고 실토했다.
‘왜 그런 짓을 해서 부와 명예를 다 걷어찼을까’라는 엄청난 후회감 때문에 잠을 설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고, ‘여기서 나가면 앞으로 어떻게 살지?’ ‘뭘 해야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지?’라는 생각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구속되면서 1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부를 날렸다. NFL은 계약시 보장액 외에는 계약을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광고계약도 모두 파기됐다. 결국 그는 파산 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글스가 2009년 8월에 그를 사인했을 때만해도 ‘죄인과 무슨 계약이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풋볼 팬 중 가장 극성이라는 이글스 팬들도 “미친 결정”이라며 그의 영입을 결사반대했다. 그러나 빅은 출소한 뒤 필드 안팎에서 달라진 면모를 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로저 구델 커미셔너는 뉴욕 데일리뉴스와 인터뷰서 “마이클 빅은 이 사회에 좋은 메시지를 몸소 전해주고 있다”며 “그는 과거에 남 부러울 게 없는 최고의 수퍼스타였다. 불미스런 일로 그의 인생이 바닥을 쳤지만 그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한 번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델은 “마이클이 자랑스럽다. 그의 성공을 바란다.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실패사례들이 있는가. 마이클 빅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음 좋겠다. 사람들은 그런 영감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큰 실수를 범해 앞날이 어둡게만 보이는 이들에게 그런 희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델 커미셔너는 지금도 빅에게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나 문자를 주고 받으며 조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빅은 필드 밖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종 자선단체 활동에 앞장서고 있고, 초등학교부터 중ㆍ고교 등에 게스트 스피커로 참여해 투견의 잔인성을 고발하고 있다.
물론 필드 안에서도 대변신이다. “과거에 연습은 않고 재능에만 의존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던 그는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러싱으로 밀고 나가는 단순한 스타일에서 이제는 정교한 패스 실력까지 겸비, NFL에서 무서운 존재가 됐다.
빅은 “내가 현재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은 다 코치들의 좋은 조언 덕분이다. 또 공격라인이 워낙 잘해주고 있다”며 겸손해 했다. 갈비뼈 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했음에도 빅은 올 시즌 1350야드를 던져 터치다운 11개, 341 러싱야드로 4TD를 기록 중이다. 그가 주전 출전한 경기서는 전승행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터셉션과 턴오버가 단 한개도 없다는 것이다.
빅은 내년에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계속 맹위를 이어간다면 연봉 대박을 터트릴 게 분명하다. 당초 이글스는 2010시즌을 리빌딩 시기로 내정했으나 빅의 폭발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수퍼보울 우승도 넘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