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와우! 광저우] 양수진, “저, 영어를 몰라서…”
"저, 영어 못하는데…"
23일 여자 근대 5종 경기에서 양수진(22·한체대) 선수가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은별(한국체대·21) 문예린(20·한국체대) 최민지(17·서울체고)와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따 2개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마지막 차례인 크로스컨트리와 사격 복합 경기 전까지 1위를 달리고 있어 금메달도 기대됐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예상밖의, 그리고 값진 메달이었죠. 시상식이 끝난 뒤 양수진 선수들 인터뷰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양 선수가 사진촬영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양 선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고 합니다. 처음엔 도핑테스트인 줄 알았는데 아니랍니다. 코칭스태프는 일단 따라가라고 하고, 양 선수는 영문도 모른 채 걸어갔습니다. 저도 양 선수 얘기를 들으려고 따라갔죠. 걸어가는 5분 동안 인터뷰를 하다 보니 양 선수가 계속 걱정합니다. 펜싱장에 가방을 두고 왔는데 동료 선수들이 잘 챙겼는지 걱정된답니다. 급한 김에 제가 자원봉사자에게 물었더니 그제야 "공식 기자 회견장"이라고 대답합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각국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합니다.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니죠. 중국어와 영어는 기본입니다. 보통 메달리스트의 모국어로도 번역됩니다. 3개국어로 번역되기 때문에 굳이 영어로 인터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회견이라는 얘기를 듣더니 양수진 선수, "영어로 해야되나요"라고 당황합니다. 통역이 있다고 하니 그때야 안심을 하더군다. 회견장에서 한국 관계자 한 분이 "통역이 있느냐"고 묻는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양수진 선수, 다행히 또박또박하고 침착하게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끝나고 나서 "영어 공부를 하고 싶긴 한데 훈련하기도 너무 힘들어서…"라고 말합니다. 5종목 연습을 해야하니 당연한 일입니다. 양선수의 말에 따르면 다른 종목 선수들도 근대 5종 선수들 앞에서는 감히 힘들다고 얘기를 못 한답니다.
양 선수의 다음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입니다. 그가 당황하지 않고 씩씩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