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남·녀 동생' 유승호와 문근영의 연기 변신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와 상반된 길로 들어선 탓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평가다.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호평이지만 '주는 것 없이 귀엽기만 했던' 두 동생들의 갑작스러운 갈지(之)자 행보가 부담을 주고 있다. 출연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미성년자 유승호, 막장 드라마 성인 역할 난감 유승호는 정통 성인극을 표방하는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에서 때 이른 성인 연기를 보여줘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유승호는 극중 성공 욕구가 남다른 엄마(신은경) 때문에 억눌린 채 살아가는 재벌집 아들 김민재 역을 맡고 있다. 베테랑 배우도 쉽지 않은 감정표현을 잘 해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설정 자체가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맑은 청년'이라 유승호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 하지만 올해 17살로 미성년자인 유승호가 불륜과 강간, 치정살인 등의 설정이 난무하는 드라마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성급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성년자 보호 차원'이란 명목으로 인터뷰를 사절하고 연기 외에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 전략으로 일관하는 유승호의 기존 행보와도 어긋난다. '학생으로서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며 '과잉보호'를 해왔던 소속사가 '진한' 성인극에 유승호를 출연시킨 것에 대해서 '과도한 욕심'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제작진도 고민이 많다. 극중 서우와의 로맨스가 급전개되면서 애정표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유승호가 미성년자인 점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유승호가 제작발표회에서 "서우와 커플로 등장하지만 키스 장면 한 번 안 나온다"고 선언한 것처럼 계약조항에 '스킨십 금지' 조항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욕망의 불꽃'의 한 관계자는 "해맑은 청년이란 설정 때문에 유승호가 캐스팅됐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데리고 성인들의 멜로를 연출할 순 없는 일이라 난감한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는 '국민 남동생'이란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 성인연기도 무난하게 해내고 있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인연기 변신 성공 문근영, 다시 아이로 퇴행 문근영은 KBS 2TV 월화극 '매리는 외박중'에서 '정략결혼남'과 '가짜결혼남'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24세 위매리를 연기하고 있다. 데뷔 때와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는 '동안'의 얼굴에 알록달록한 집시룩을 입고 전매특허인 '귀요미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귀여운 이미지로 부각된 문근영의 애교 넘치는 연기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작들을 통해 '국민여동생'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깡마른 몸에 집시룩을 걸친 것이나 부풀린 펌 스타일도 어울리지 않고, 이젠 나이가 있어 예전과 같은 풋풋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청률도 줄곧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문근영 입장에선 최대 실패작이 될 조짐이다.
'매리는 외박중' 이전까지 문근영은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SBS '바람의 화원'에서 여장남자 신윤복을 연기하면서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깨뜨렸다. KBS 2TV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에게 성인 연기의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시크한 표정과 까칠한 말투로 성숙한 여인의 로맨스를 연기해냈다. 심지어 연극 '클로져'에서는 스트립걸을 연기하며 여동생 이미지와 작별을 고하는 듯했다.
방송계의 관계자는 "문근영의 현재 모습은 '퇴행'이다. 몇 차례에 걸쳐 성숙미를 보여주며 여동생 이미지에서 벗어났는데, 갑자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성숙미가 가미됐으니 이전의 모습을 보여줘도 시청자들이 다르게 받아들일 거라고 착각한 것 같다"면서 "10대 취향의 트렌디 드라마를 통해 '스타'로서의 인지도를 더 올려보겠다는 의도같이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라고 혹평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