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2018년)와 한국·미국(이상 2022년)은 차기 월드컵 개최 유력 후보들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잉글랜드는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1차 투표에서 2표만을 얻고 탈락하는 굴욕을 당했다. 22명의 집행위원 중 겨우 2명만이 잉글랜드를 지지했다. 한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3차 투표까지 진출했지만 카타르와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력 후보들의 탈락에 대한 책임 공방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잉글랜드-언론이 말썽
잉글랜드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이다. 잉글랜드 일요신문 선데이 타임스는 10월 함정취재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명이 금품을 받고 표를 행사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결국 FIFA는 2명의 집행위원들의 투표권을 박탈했다. 최근에는 BBC가 집행위원 3명이 과거 스포츠 마케팅 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잉글랜드 언론의 폭로성 보도에 불쾌감을 느낀 FIFA 집행위원들은 잉글랜드에 표를 주지 않는 것으로 반격했다. 최종 투표에 들어가기 직전 가졌던 비공개 회의에서 블라터 회장은 FIFA 집행위원들에게 잉글랜드의 언론 보도 사실을 상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2002년 월드컵의 기억
한국은 월드컵을 개최한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약점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을 할 때부터 주요 외신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0년만의 월드컵 재개최는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일부 주장이 있었다. 결국 이는 현실이 됐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은 “2002년은 반쪽 월드컵이었고 이번에 제대로 월드컵을 개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한승주 유치위원장은 "연평도 포격 사건보다 월드컵을 8년 전에 치렀던 게 더 불리했다고 생각한다"며 "연평도 포격이 득표에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패인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정부가 원망스러워
한국과 2022년 월드컵 개최를 놓고 최종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던 미국은 정부가 원망스럽다. 미국은 최종 투표 전까지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문서를 통한 지원 약속이나 보증을 하지 않았다. 이는 월드컵 개최로 파생되는 경제적 이득 대부분을 FIFA가 아닌 미국이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분 만큼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FIFA로서는 상업권을 보장하지 않은 미국을 택할 수 없었다. 미국은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에서도 중계권을 자신들이 갖겠다고 주장해 브라질에게 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