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안방극장은 저조하게 출발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양상이었지만 연말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작년 연말 MBC '선덕여왕', KBS 2TV '아이리스' 등 성공작들이 2010년 전망을 밝게 했지만 후광효과는 없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빅이벤트가 연달아 감동과 환희를 안겨준 탓에 드라마와 예능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KBS 2TV '추노'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며 '명품 사극'으로 인기를 누렸고, 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통속의 힘'을 발휘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SBS '자이언트'와 '대물'은 침체된 안방극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하반기 히트작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은 음악감독 박칼린을 앞세운 '하모니'편을 통해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2010년 방송가를 7가지 키워드로 돌아봤다.
○자수성가'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대물' 그리고 MBC '동이'는 시청률 30% 돌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또 한가지 공통점은 주인공의 자수성가를 소재로 다룬 점이다. 시련을 딛고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 호응을 이끌어냈다. 통속적이지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보다 좋은 소재는 없었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도 척척 이겨내는 비현실적 캐릭터는 지적 대상이 됐다. '동이'의 동이는 항상 너무 쉽게 시련을 이겨내는 탓에 '슈퍼동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막장 드라마2010년에도 '막장 드라마'의 위세는 여전했다. KBS 2TV '수상한 삼형제'는 왜곡된 가족 관계와 불륜 등으로 '막장 종합선물세트'를 형성하며 비난에 휩싸였지만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인기를 누렸다. '수상한 삼형제' 종영 이후 막장 드라마는 잠잠했지만, MBC '살맛납니다', SBS '세자매' 등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가을에 접어들어 SBS '웃어요 엄마', MBC '욕망의 불꽃' 등 강력한 막장 코드를 내세운 작품들이 다시금 활황을 이뤘다.
시청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외면하지 않았다. '모로 가도 막장으로 가면 뜬다'가 드라마계 정설로 자리잡게 됐다.
○아이돌 스타가요계를 장악한 아이돌 스타들은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방송가에서도 맹활약했다. KBS 2TV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 KBS 2TV '신데렐라 언니'의 택연(2PM), SBS '커피하우스'의 은정(티아라) 등 '연기돌'의 활약은 아이돌 스타의 드라마 진출을 확대시켰다. SBS '괜찮아 아빠딸'에는 동해(슈퍼주니어)·남지현(포미닛)·강민혁(씨앤블루) 등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 같은 추세는 아이돌 스타로 출연진이 구성된 KBS 2TV '드림 하이'로 이어져 2011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류 스타의 추락한류 스타들은 올 한해 안방극장에서 체면을 구겼다. MBC '히어로'의 이준기, '로드 넘버원'의 소지섭, MBC '장난스런 키스'의 김현중 등이 기획 단계부터 일본·중국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KBS 2TV '도망자 플랜B'의 정지훈도 기대에 못미쳤다. 국내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코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었다.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과 SBS '대물'의 권상우 정도만이 이름값을 했다 .
○40대의 역습하반기 들어 40대 배우들의 안방극장 진출이 두드러졌다. '대물'의 고현정·차인표, MBC '역전의 여왕'의 정준호·김남주, MBC '즐거운 나의 집'의 황신혜·김혜수·신성우,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등이 드라마 주인공의 평균 연령을 대폭 높였다. 신세대가 장악했던 안방극장에 새로운 물결을 이뤘다. 중·장년층 시청자에겐 반가운 일. 하지만 40대의 역습은 '절반의 성공'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현정 정도만이 기대에 부응했을 뿐, 나머지는 체면 유지도 힘든 성적이었다.
○강호동·유재석 그리고 이경규예능계에선 강호동·유재석 양강체제가 2010년에도 계속지만 위세는 예전만 못했다. 유재석은 SBS '런닝맨'의 부진으로 한풀 꺾인 기색이었다. '무한도전'의 인기도 열성팬에게 집중됐다. 강호동도 KBS 2TV '1박2일'이 MC몽의 병역 기피 의혹 유탄을 맞으며 주춤한 양상이었다. 이 와중에 이경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남자의 자격'의 '하모니'편 등에서 새로운 도전에 임하며 감동을 안겨줬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강·유의 아성을 강력하게 위협했다.
신동엽·탁재훈·이휘재 등은 케이블 채널로 영역을 넓히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2케이블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는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최고 시청률 18.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동시간대 방영된 지상파 프로그램을 압도했고,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가 집계한 '올해의 검색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최종 우승자 허걱을 비롯해, 존박·장재인·강승윤 등 출연자들은 가수 데뷔 전부터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로 등극했다.
'슈퍼스타K2' 신드롬에 영향 받아 MBC '위대한 탄생' 등 지상파 방송사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놨다. '무분별한 따라하기'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동현 기자 [kulkuri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