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손시헌의 결혼식에 참석한 두산 최준석(28)은 헐렁해진 정장을 걱정했다. 한달새 체중이 7㎏이 줄었기 때문이다. 11일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위해서는 새 정장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올 겨울 초강력 다이어트를 선언한 최준석이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130㎏대의 체중으로 현역 최중량 선수로 공인됐던 최준석은 겨울동안 20㎏ 가량 감량을 목표로 세우고 마무리훈련에 들어갔다. 지난달 10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시작된 마무리 캠프에서는 일단 시즌 동안 불어난 체중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1차 과제였다.
우선 시즌 때 거의 매일밤 먹던 야식을 끊었다.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식단도 조절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했다. 예년에는 잠실구장으로 출퇴근하면서 마무리훈련을 했기 때문에 음식 조절이 쉽지 않았지만 모처럼 해외에서 마무리훈련을 해 일찍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했다.
최준석은 몸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도 열심히 훈련을 한 덕에 김경문 감독의 조기 귀국 허락을 받았다. 김선우·임재철 등 고참 선수들과 함께 예정보다 일주일 가량 이른 지난 3일 귀국해 손시헌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최준석은 "살을 빼는데 모든 초점을 맞췄다. 정확히 7㎏이 빠졌다"고 말했다.
시작에 불과하다. 최준석은 "아직 15㎏은 더 빼야 한다"며 스스로 독려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혼자서도 철저히 식단을 관리하고 개인 훈련을 하겠다"며 더욱 고된 2단계에 돌입했다.
최준석이 이처럼 다이어트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 살빼기에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던 최준석은 지난해 10㎏ 이상 감량한 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어깨와 무릎이 좋지 않은 가운데도 데뷔 후 가장 많은 127경기나 뛰면서 타율 3할2푼1리, 22홈런, 86타점을 올렸다. 시즌 중반부터 체력관리에 신경쓰다보니 몸이 다시 불었지만 다이어트 효과는 충분히 맛봤다.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군입대를 다시 한번 미루고 내년 한해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마음 먹었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다보니 다이어트도 즐겁게 할 수 있게 됐다. 최준석은 내년 목표를 25홈런과 100타점으로 잡았다. 최준석의 몸이 날씬해 질수록 목표는 가까워 진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