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타운 주변 식당가가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사상 최대 ‘승진 잔치판’이 벌어진 삼성그룹 임원인사 발표 후 신임 임원들이 회사동료와 지인들에게 내야하는 ‘승진 턱’ 예약이 몰려들어서다.
삼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승진 임원은 보통 소속 부서원을 비롯해 입사동기, 업무상 유관부서 동료, 친구 등을 상대로 5~10차례 승진 턱을 내며, 한 사람이 승진 턱 비용으로 2000만~3000만원을 지출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적게 써도 1000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은 8일 단행된 연말인사에서 부사장 30명 포함, 전무 142명, 상무 318명 등 총 490명을 승진시켰다. 이들의 일인당 승진 턱 평균 지출액을 2000만원으로 단순책정하면 무려 98억원이란 돈이 식당가에 뿌려진다. 승진 턱 이외 이번 인사와 관련된 각종 회식자리까지 더하면 삼성그룹 인사로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과 삼성전자 수원공장 등 주변 식당가가 누릴 특수는 1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덕분에 많은 임직원이 최고 수준의 초과이익분배금(PS)을 받을 것으로 보여 승진 턱 비용도 여느 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 임원 얼마나 버나
그렇다면 삼성그룹 임원은 얼마나 벌고, 어떤 혜택을 받기에 승진 턱 규모가 새내기 직장인 일년 연봉 수준일까. 삼성그룹 입사자 중 임원의 지위에 오르는 직원은 전체 1% 수준이다. 이번 인사로 삼성 임원의 수는 1760명을 넘어섰다. 통상 입사자 100명 중 1명만 임원이 되며 전무자리에 오를 확률은 0.2%로 더욱 줄어든다. 이 때문에 삼성 그룹에 입사해 임원 자리에 오르면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지며, 부사장 이상 승진은 로또 복권 당첨에 비유되고 있다.
실제로 임원이 되면 직장인의 꿈인 ‘억대 연봉’이 실현된다. 초임 임원인 상무의 경우 1억5000만원(세전) 안팎의 연봉을 손에 쥔다. 연봉의 60%대인 연말 성과급은 고스란히 보너스다. 고참 상무가 되면 연봉은 3억~5억원으로 올라가고 전무·부사장·사장 등으로 직급이 오를 때마다 급여는 두 배 이상 뛴다.
▶임원에 대한 혜택은
상무급 이상 임원에게는 비서와 독립 사무공간이 제공되며 업무용 법인카드가 주어진다. 부인과 함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포함해 최고급 코스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치과 진료 때에도 재료비를 제외한 전액을 지원한다. 심지어 교통사고나 한밤중 응급 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는 병원 응급실 전화번호도 받는다.
이밖에 중·대형 고급승용차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차량 기름값, 보험료 등 기본 유지비는 물론 혼잡통행료와 하이패스 이용료 등 모든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 해외출장시에는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특급호텔 숙박이 보장된다. 일부 임원은 퇴직 후 1~3년간 계약직 임원, 자문역, 고문 등으로 위촉돼 재직 때의 60~70% 연봉을 받으며 성과급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혜택은 회사가 인정할 만한 업무실적을 내야 보장된다. 회사가 기대하는 실적이 없을 경우 가차없이 퇴출되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의 임원(전무)으로 재직 중인 김 모씨(52)는 “임원이 되면 회사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업무성과에 따라 언제 퇴출될 지 모르기 때문에 ‘임시직원’이라 불린다”며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삼성그룹 연말인사에서 210여명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
류원근기자 [one77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