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록을 막아라.' 오는 16일 32강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는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개인리그 '피디팝 MSL'(일간스포츠·MBC게임 공동 주최)의 최대 관심사다. '리쌍록'은 이영호(18·KT)와 이제동(20·화승) 두 李씨가 결승전에 맞붙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최근 3회 연속 리쌍록이 성사됐다. 이번 MSL에서도 리쌍록 매치가 이뤄지면 4회 연속 같은 선수들끼리 결승전을 벌이게 된다. 그래서 이영호와 이제동을 제외한 30명의 선수들은 이번에는 기필코 리쌍록을 저지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리쌍록 저지할 5인방리쌍록 주인공 이영호와 이제동은 한국e스포츠협회(케스파)가 집계하는 스타 프로게이머 랭킹 1, 2위를 달리고 있는 최정상급 선수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타 단체전인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에서 13승(9일 기준)으로 다승 순위 공동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실력도 최고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리쌍록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김택용·정명훈(SKT)·김구현(STX)·이영한(폭스)·김명운(웅진) 등 5명을 꼽았다. 이들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김택용(21). MSL 3회 우승자이기도 한 김택용은 최근 프로리그에서 12연승을 하며 이영호·이제동과 함께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32강에 오른 동료 선수들도 가장 보고 싶은 매치 1, 2위로 '김택용과 이제동', '김택용과 이영호' 경기를 꼽을 정도로 김택용을 유력한 리쌍록 위협 선수로 보고 있다.
정명훈(19)도 가능성이 높은 후보다. 정명훈은 지난 '빅파일 MSL'에서 이영호와 4강에서 만나 5전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경기에서 졌지만 내용적으로는 이겼다고 할 만큼 이영호를 진땀 흘리게 했다. 더욱이 약점으로 지적받는 저그전 승률을 70% 이상 끌어올렸다.
김구현(20)도 빼놓을 수 없다. 프로리그 다승 순위(13위)는 높지 않지만 최근 이영호와 김택용 등 거물급 선수들을 격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8일 '박카스 스타리그' 16강에서 스타리그 4연패에 도전하는 이영호의 덜미를 잡았으며 프로리그의 에이스 결정전에서 김택용과 차명환을 연달아 꺾었다.
이영한(19)과 김명운(20)은 떠오르는 신진 프로게이머들. 지난해 '태풍저그' 열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던 이영한은 최근 공식전 11연승을 달리고 있고 스타리그와 MSL 양대 개인리그에 모두 올랐다. 지난 1일 프로리그에서 저그전 연승 중이던 김택용을 꺾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명운은 이제동 다음으로 꼽히는 저그 강자로 10연승과 10연패를 반복하는 롤로코스터의 연승연패 모드가 사라지고 안정적인 승률을 보이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변수는
이들 5인방이 리쌍록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32강을 넘어서야 한다. 8개조 중 A·B조에 포함된 이영호와 이제동은 무난히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5인방 중 3명은 대진이 좋지 않다. 김구현과 이영한, 김택용이 H조에 편성돼 경쟁하게 됐다. 남윤성 데일리e스포츠 팀장은 "5명이 모두 8강까지 올라간다면 리쌍록 저지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인방들이 개개인의 약점도 극복해야 한다. 김택용은 초반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 32강전에서부터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하고, 김구현은 프로포스전이 약한 것이 단점이며, 정명훈은 경기력이 서서히 올라오기 때문에 초반에 조심해야 한다.
조정현 MBC게임 센터장은 "이영호와 이제동이 소속된 팀들이 프로리그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고 두 선수가 모두 양대리그에 올라있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며 "32강에 오른 선수들이 이를 잘 활용하면 피디팝 MSL의 새로운 왕좌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