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에 올랐다. 인구 13억의 대국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스포츠 강국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증명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한국 엘리트 체육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효자종목이라 불리던 레슬링과 하키·복싱 등은 금메달 하나도 따지 못하며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금메달은 사격·양궁·유도·골프 등 한정된 종목에 집중됐다. 금메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에서 비인기 종목은 선수 수급 자체가 어렵다. 가족당 자녀 수가 줄면서 어렵고 미래가 없는 운동은 시키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 선수등록시스템 자료를 보면 2006년 8만 2141명이던 초·중·고 등록 선수는 2008년 8만 1008명까지 줄었다.
비인기 종목 활성화 정책을 연구 중인 이용식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전체적으로 운동을 시키려는 학부모 숫자가 많이 준 것은 아니다. 다만 단체종목 보다는 개인종목을 시키는 부모가 늘었고, 그 중 양궁 같은 인기 개인종목에 선수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동길 복싱 대표팀 감독은 "하나 둘 뿐인 자식을 때리고 맞는 복싱을 시키려 하겠나. 한정된 선수 자원을 가지고 기량을 극대화하는 것 외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조명준 남자하키 대표팀 감독은 "선진국은 클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도 많은 선수들이 클럽을 통해 즐기고 있다. 선수층이 넓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반면 한국 하키는 200명 정도 되는 엘리트 선수 풀에서 18명의 대표 선수를 뽑는다. 당연히 세계의 벽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용식 박사는 "재원과 비전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일부를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인기 종목에 주어지는 정부 지원금은 대표팀 운영비로 쓰기도 벅차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수준의 종목이면 2~3억 정도 지원금이 돌아간다. 메달을 따지 못하는 종목은 1억 5000만원 정도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비인기 종목 저변확대는 꿈같은 이야기다.
이 박사는 "하키나 복싱이나 스포츠토토 종목이 아니다. 스포츠토토 지원금이 없다면 경기 단체장이 재원을 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또 이 박사는 "우선 지원금을 통해 비인기 종목을 살려 그 종목을 시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