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결국 외국인 투수 캘빈 히메네스(30)를 일본 라쿠텐에 뺏기고 말았다.
라쿠텐은 17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새 외국인 투수 히메네스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년 계약에 200만 달러 이상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메네스는 "라쿠텐의 일원이 돼 매우 기쁘다. 적극적으로 일본 야구를 배우고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팀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그동안 히메네스와 재계약에 공들여 온 두산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덤빈 라쿠텐과 돈싸움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히메네스는 올시즌 외국인 최다승인 14승(5패)을 올리며 최고 용병으로 활약했다. 박명환·리오스 이후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어 매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두산으로서는 모처럼 얻은 에이스급 투수를 잡기 위해 올인했다.
시즌 후 히메네스는 "두산에 남고싶다"는 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일본 구단 중 유일하게 히메네스에게 관심을 표하던 라쿠텐이 에이스 이와쿠마의 메이저리그 진출 무산으로 발을 빼는 듯한 액션을 취해 두산은 잠시나마 재계약을 낙관했다. 그런데 호시노 라쿠텐 감독의 요구에 못 이긴 라쿠텐이 최근 다시 적극적으로 달려들면서 히메네스의 마음이 급선회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만큼은 우리 선수를 일본에 뺏기지 않기 위해 베팅했다. 그런데 라쿠텐이 200만 달러를 보장해 준다는데 (2년차 용병 연봉 상한선이 37만5000달러에 불과한) 우리 형편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털어놨다. 2007년 말 리오스를 야쿠르트에 뺏겼던 두산은 또 헛물만 켰다.
두산은 대책 마련이 시급해 졌다. 히메네스가 떠날 경우에 대비해 도미니카공화국에 스카우트팀을 파견, 새 용병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시켜 놨다. 그러나 아시아 무대에서 검증된 투수가 없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3명 모두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오른손 투수들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중간계투로 좋은 활약을 했던 좌완 왈론드의 재계약 가능성은 좌완 이혜천이 일본에서 복귀한 탓에 크지 않다.
김승영 두산 단장은 "히메네스의 빈자리가 큰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새로 알아본 투수들도 경력만 놓고 보면 히메네스에 처지지 않는다. 선발이 필요한 만큼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투수와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