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 FC 서울 신임 감독의 부임 소식에 팬들 사이에는 찬반이 엇갈렸다. 리그 운영과 흥행 면에서 한국보다 앞선다는 일본에서 16년을 지낸 경험을 자랑하지만 정작 감독에게 중요한 성적에서 딱히 내놓을 게 없었다.
황보관 감독은 이에 대해 '요리사론'으로 응수했다. 황보 감독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축구감독은 요리사와 같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재료'가 나쁘면 한계가 있다. FC 서울에는 좋은 '재료'가 많다. 잘 버무려 좋은 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1995년 일본 실업리그 소속 오이타에 선수로 입단해 올해까지 코치와 감독·단장·부사장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2시즌간 감독 성적은 참담했다. 2005년 8월 J-리그 최하위 상황에서 중도 해임됐다. 올해 J2(2부리그)에서는 19개팀 중 15위에 머물렀다.
황보관 감독은 "오이타는 제로에서 시작해 2008년 나비스코컵 우승까지 올라갔다. 재정이 갑자기 어려워져 팀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오이타는 올해 초 J-리그로부터 긴급자금을 수혈받아 파산을 면했다. 한 때 1년 운영비가 23억엔(약 320억원)이었지만 올해 7억엔(약 100억원)으로 떨어졌다. 1군 선수단은 20명도 안 됐다. 지난해 지휘봉을 잡았던 란코 포포비치 감독이 올해도 팀을 맡으려 했으나 재정상황 때문에 부사장인 황보관 감독이 팀을 이끌게 됐다.
황보 감독은 "16년만의 귀국이다. FC 서울에 오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언젠가 K-리그에서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쏟아붓겠다는 계획으로 K-리그를 꾸준히 보며 준비를 해왔다. 수원 삼성과 개막전이 벌써 기대된다"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행정가 경험이 많은 황보관 감독은 프로 선수의 '서비스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축구팀의 목표는 사회공헌이며 프로선수가 명심해야 할 건 서비스 정신이다. '5만 관중'을 목표로 나아가는 FC 서울의 구단 방향에 맞게 팬들이 즐거워 하는 축구를 하겠다. 당장 우승을 자신할 수 없지만 재미 있는 축구를 하다보면 성적도 따라올 것이다. 빠른 스피드에 밸런스 잡힌 축구를 통해 현대축구의 생명인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겠다"고 덧붙였다.
FC 서울은 내년 1월 5일 동계훈련에 돌입한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