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노노노노노'를 불렀던 '원조 청순녀' 하수빈(37)이 17년 만에 방송 복귀를 선언했다. 세월도 비껴간 화사한 외모와 과거 수많았던 루머는 금세 화제가 되며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하수빈에게 확 변해버린 방송환경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는 "일주일 내내 쫓아다니는 방송국 카메라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방송 복귀 두달이 지난 지금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QTV '순위 정하는 여자'가 유일하다. 하수빈은 "예능인으로서의 자질은 없다. 방송 출연이 자의도 아니다. 하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꼭 필요하니까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루머에 대한 해명만 했다."촬영은 7시간이나 했다. 방송 내내 즐거웠고, 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굉장히 많이 편집됐다. 결국 과거에 활동하던 시절, 안티팬을 불렀던 설들에 대한 이야기만 방송돼 아쉬웠다."
-방송에서 불성실했다는 지적도 있다."'주변에서 취미생활하러 왔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 환경이 너무 변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시청률에 많이 좌우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서정적이고 순수한 면이 있었다. 또 과거에는 노래 한번 하면 끝이었는데 지금은 1시간 방송을 위해 카메라가 일주일을 따라다닌다. 집·사무실 가리지 않고 따라 다녀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내가 예능인으로서의 자질은 없다. 나가봤자 다 편집이 되니까. 예능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는데 그래도 대중과의 소통은 필요하니까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번 앨범의 반응은 어떤가."음반 퀄리티에는 만족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서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상업적인 면은 원래 기대하지 않았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었다. 나를 기억해주는 팬들을 위한 추억과도 같은 앨범이다. 오래 기억되는 앨범이 되길 바랐고 소장하고 싶어지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가창력 논란도 있는데."가창력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높게 평가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 난 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다. 그리고 노래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문제다. 그런 평가는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첫 라이브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해서 떨면서 불렀던 것 같다. 무대가 익숙해지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걸그룹이 많이 나왔다."너무 잘하더라. 특히 소녀시대는 정말 예쁘다.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다. 요새는 어린 친구들과 장기간 계약해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하고 한류시장에 진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킬 만한 시간이 있을지 의문이다. 시스템 속에서 인형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안했다. 독신주의자인가."절대 아니다. 내일이라도 결혼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은 아직 내가 자아가 강한 꿈을 꾸는 소녀이기 때문이다.(웃음) 한번은 한국계 외국인과 교제를 했었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어서 자주 볼 수가 없었다. 또 외국인과 결혼하게 되면 국적을 바꿔야 하기에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리워하면서 헤어졌다."
-책도 내고 콘서트도 한다. "8일 서울 양재동 현대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생애 첫 콘서트를 연다. 주제는 '달콤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으로의 초대'다. 1·2·3집 위주로 최근 노래까지 부를 생각이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 중 '눈의꽃'은 관객과 함께 부른다. 당시 화제가 많이 됐었는데 그 OST를 내가 프로듀스했다. 나카시마 미카의 ‘눈의꽃’ 원곡 리메이크를 추천한 것이 바로 나다. 영상 시집 '라 스텔라…그리움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는 그동안의 여정을 모두 담았다. 30개국 정도를 카메라에 담고 내가 시를 직접 썼다."
-발리에서 건축 사업을 했다고 들었다."발리에서 외국 법인을 가지고 리조트를 지었다. 쉽지는 않았다. 특히 다국적 직원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노력 많이 했다. 종교·음식·습관이 다 달랐지만 한국의 감성을 심어줘 하모니를 이뤄냈다. 매운 요리를 먹지 않는 직원은 억지로 먹였고, 한국말로 '예뻐요'를 제일 먼저 가르쳐 매일 말하게 시켰다.(웃음)"
-미래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건축, 패션 등 벌여놓은 일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트렌드를 이끄는 음악을 하고 싶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태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양한 음악을 추구해 가면서도 음반·음원 판매량도 늘어나는 시장이 형성됐으면 좋겠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