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 최다 4경기를 치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복싱데이 성적표가 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시티가 장학생이 될 만했고 첼시와 리버풀은 낙제생이었다. 반타작을 하면 상위권에 오를만큼 일정은 빡빡했고 경합은 치열했다.
A학점나란히 3승 1무를 기록한 맨유와 맨시티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맨유는 박지성의 공백, 루니와 발렌시아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위기를 넘겼다. 주공격수 베르바토프를 시작으로 신예 치차리토, 한동안 부진했던 루니, 그리고 부상에서 돌아온 나니가 돌아가며 골을 터뜨리며 서로의 부담을 덜었다. "복싱데이 경기가 우승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퍼거슨 감독은 2년만의 우승을 향해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맨시티는 최근 훈련 도중 아데바요르와 콜로 투레의 싸움 등 팀내 불화에도 불구하고 4경기에서 승점 10을 챙겼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갖춰진 두터운 선수층 덕분이었다. 3승 1패를 기록한 토트넘, 그리고 2승 2무인 아스널도 선전했다. 특히 아스널은 첼시와 경기에서 3-1로 완승해 자신감을 이어갔다.
B학점최하위 웨스트햄은 2승 1무 1패로 반전에 성공했다. 경질 위기였던 아브람 그랜트 감독의 입지도 당분간 안정을 찾았다. 풀럼과 블랙번·스토크시티·울버햄프턴·선덜랜드·뉴캐슬은 각각 2승 2패를 기록해 중위권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 특히 풀럼은 박싱데이 4경기를 통해 17위에서 14위로 뛰어올랐다.
C학점3경기를 치렀던 버밍엄과 에버턴은 각각 1승 1무 1패로 반전에 실패했다. 순위는 소폭 올랐지만 강등권과 승점 격차가 더 줄어 불안이 가중됐다. 위건과 볼턴은 1승 1무 2패로 부진했다. 특히 상승세가 지속되던 볼턴은 이청용의 부재가 눈에 띄었다. 다만 리버풀·첼시 등 어려운 상대와 원정경기를 치러 남은 경기의 부담은 줄었다. 블랙풀도 1승 2패로 하향곡선을 기록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선수층이 엷은 승격팀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D학점첼시는 1승 1무 2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런던 라이벌 아스널에 1-3으로 완패한데다 드로그바와 테리가 경기도중 언쟁을 벌이는 등 선수단 분위기도 급전직하했다. 복싱데이를 지나면서 4위 자리를 토트넘에 내줬다. 리버풀의 부진도 계속 됐다. 1승 2패로 12위로 처졌다.
애스턴빌라는 1무 3패로 강등권(18위)으로 떨어졌다. 중위권에서 선전하던 웨스트브러미치는 4패로 최악의 2주를 보냈다. 11위였던 성적은 16위로 곤두박질쳤다. 복싱데이 이후 연말·연시가 가장 슬펐던 팀이다.
프리미어리그는 9~10일(한국시간) FA컵을 치른 뒤 경기 주기가 1주일 간격으로 복귀한다. 1주일간의 휴식, 그리고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적극적인 보강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