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컷패스트볼 어때요?"
오릭스 박찬호(39)가 지난 10일 두산 홈인 잠실구장서 훈련을 소화했다. 그동안 서울고 등에서 훈련해 온 박찬호는 날씨가 추워지며 잠실구장 실내훈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 12시 경기장을 찾은 그는 후배들의 훈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 같은 건물서 훈련한 두산 선수조차 "처음에 박찬호 선배가 온 것을 몰랐다"고 할 정도다. 실내 연습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3시간 가량 하프피칭과 웨이트트레이닝, 자전거 등을 타며 몸을 끌어 올렸다.
박찬호는 하프피칭 중 상당 시간을 자신의 컷패스트볼을 가다듬는데 쏟아 부었다. 컷패스트볼은 박찬호가 지난 21일 가진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1년 넘게 연습한 컷패스트볼을 익히는 데 성공했다. 이 공이 잘 들어가면서 은퇴 대신, 미래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던 구종이다. 시즌 마지막 등판인 플로리다전에서 박찬호는 컷패스트볼로 3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인 124승을 기록했다.
그는 "내 공이 어떻게 들어가나. 직구처럼 아래로 떨어지나, 옆으로 휘나"등을 매치볼 파트너에게 물었다. 곁에서 훈련을 지켜본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았다. 날카롭게 공이 옆으로 빠졌다"고 했다.
박찬호는 원래 12일 예정이었던 두산의 일본 미야자키현 전지훈련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원래 15일까지 두산과 함께 미야자키현 시영구장에서 함께 훈련한 후, 오릭스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제역 때문에 전지훈련이 일정이 바뀌고 장소도 벳부로 옮기며 찬호도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걱정했다. 이어 "며칠 전 이승엽, 박찬호와 함께 식사를 했다. 평소 연락을 주고 받는 편이다. 작년에는 이승엽이 우리와 함께 일본 미야자키 캠프서 훈련을 함께 했다. 두산 선수들도 곁에서 찬호나 승엽이 같은 선수들을 보며 배우는 게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서 친분을 쌓은 김광수 두산 수석코치와는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김 수석코치가 하프피칭을 하고 있는 박찬호에게 다가가 "이 정도는 해야 한다"며 사이드 스텝 등 강도 있는 체력훈련을 시킨 것. 질세라 열심히 코치 지시에 따르던 박찬호는 이내 지친 듯 "코치님! 이제 저도 39살이라 힘이 들어요. 첫 훈련부터 너무 세네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