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밖의 손흥민손흥민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천친난만'이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여유가 있어야 경기장 안에서도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이다. 그만큼 밝은 성격을 지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해 12월 20일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한 뒤 기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에서는 인터뷰 처음 해보는데 너무 떨려요", "어떤 형이 저에게 잘해줄까요", "대표팀 가면 밥은 어떻게 먹어요" 등 때묻지 않은 질문을 쏟아냈다.
축구 외의 생활은 여느 19세 소년과 똑같다. 게임을 좋아하고 아이들(Idol) 그룹의 최신 노래를 듣는다. 요즘은 여성 솔로 가수 아이유의 신곡 '좋은날'이 너무 좋다고 했다. 또 걸그룹 카라의 구하라가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하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예쁜 신발을 좋아한다. 요즘은 발목까지 올라온 하이탑 운동화에 스키니 진을 즐겨 입는다.
가족 사이에서는 '귀염둥이'로 통한다. 집안에서 애칭은 '민'이다. 독일에 혼자 지낼 때는 화상채팅을 통해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 축구 이야기다. 경기를 끝낸 뒤에는 어김없이 조언을 듣는다. 특히 14살 터울의 막내 이모와는 친구처럼 지낸다.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한 고민거리를 털어놓는다. 또 국내에서 유행하는 드라마·운동화·헤어스타일 등을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축구를 했던 동생들에게는 '동네에서 축구 잘하는 형'일 뿐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슈퍼스타지만 춘천에 오면 평범한 축구 선수다. 손흥민과 2005년부터 축구를 함께 한 황한솔(16)군은 "TV로 함부르크 경기를 볼 때에는 나의 우상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냥 친한 형'이다. 인터넷에 흥민이형 기사가 나오면 아직까지도 신기하다. 3살 차이가 나지만 항상 편하게 대해줘 친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의 손흥민손흥민은 공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씨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해온 듯하다. 손씨는 아들 손흥민과 제자들을 가르칠 때 옆에 있기 민망할 정도로 열정적인 지도를 하는 걸로 유명하다. 아들도 마찬가지다. 밝게 웃으며 훈련을 하다가도 연습 경기가 시작되면 무섭게 공을 향해 달려든다. 승부욕이 강해 지는 걸 죽을 만큼 싫어한다. 손씨는 "흥민이의 그라운드 안에서 모습을 보면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하다. 빠르고 저돌적인 플레이를 즐겨한다. 가끔 흥분하는 모습도 보여 그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대표팀에서는 막내라 나랑 훈련할 때보다는 자제할 것이다"며 껄껄 웃었다.
보통 왼쪽 측면이나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는데,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플레이에 능숙하다. 또 측면 돌파보다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하지만 가끔 주위 동료를 활용하지 못하고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동북고 시절 은사인 최진한 경남 FC 감독은 "2008년 6개월 정도 지켜봤다. 빠르고 볼을 잘 지킬 줄 알고 언제든 골을 넣을 자질을 갖춘 유망주였다. 욕심을 조금만 버리고 주위 동료만 잘 활용하면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이제는 유럽 축구를 알아가면서 그 단점도 고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정찬·김환 기자 [jayce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