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과 손흥민의 성공 뒤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아버지가 있다. 축구 선수 아들을 위해 '사커 대디(Soccer Daddy)'로 사는 건 공통점이지만 교육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배구선수 출신 지동원 부친지동원의 아버지 지중식(51)씨는 경기 외적인 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추자도에서 태어난 지동원은 중3 때 광양제철고(전남 드래곤즈 유소년팀) 축구부에 들어갔다. "축구 교육을 위해서는 섬보다는 육지가 더 낫다"라는 지씨의 생각이 결정적이었다. 그 후 지씨는 아들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육지로 나갔다. 때로는 배를 타고, 때로는 비행기를 탔다. 평일이면 휴가를 내서라도 경기를 보러 갔다. 지동원이 "이제 경기에 그만 오세요. 저 때문에 휴가도 못 가셨잖아요"라고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네 모습을 보는 게 최고의 휴가다"라며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건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배구선수 출신이라 운동을 가르쳐줄 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 습관에서는 누구보다도 엄하게 다스렸다. 지씨는 항상 아들에게 "항상 겸손하게 행동해라. 그리고 심판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라"고 가르쳤다. 차분하고 겸손한 지동원의 성격도 아버지의 철저한 교육에서 비롯됐다.
축구선수 출신 손흥민 부친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45)씨는 직접 축구를 가르치며 스승 역할까지 했다. 축구 선수 출신의 손씨는 8살 때부터 아들에게 기본기를 가르쳤다. 16살 때까지 어느 팀에도 보내지 않았다. 볼 트래핑 기술이 완벽해질 때까지 같은 동작만 반복하게 했다. 아버지에게 배운 철저한 기본기는 18살의 어린 나이로 유럽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으로 독일 유학을 떠나고나서도 뒷바라지는 계속됐다. 직접 독일로 건너가 틈틈이 훈련을 함께했다. 2010년 함부르크와 1군 계약을 맺을 때도 손씨가 곁에 있었다. 함부르크 측에서는 손씨의 독특한 훈련 방식에 놀란 뒤 유소년 코치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손씨는 "아직 아들을 더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랍에미리트(UAE)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25일에도 함께 훈련을 했다. 아시안컵 훈련기간에는 날마다 전화통화를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아버지는 손흥민과 평생 함께할 든든한 개인코치인 셈이다.
Tip…외국의 ‘무서운 10대’들
무서운 10대는 외국에도 많다. 앞으로 국제 축구 무대에서 지동원·손흥민의 경쟁자가 될 선수들이다.
1992년생 잭 윌셔(19·아스널)는 잉글랜드의 각 연령대별 대표팀을 모두 거쳤다.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그는 지난해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뽑혀 A매치에 데뷔했다. 윌셔는 대표팀보다 아스널에서 더 많은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8년 9월 4일 블랙번과 리그 경기에서 판 페르시와 교체 투입되며 경기장을 밟았다. 당시 16세 256일이던 윌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해 11월 25일에는 디나모 키예프와 조별예선에 출전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출장 기록도 새로 썼다. 지난 시즌 볼턴에 임대를 갔다온 윌셔는 이제 아스널에 당당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여름에는 네이마르 다 실바(19·산토스) 신드롬이 불었다.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명문구단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했다. 첼시는 네이마르에게 300억 원이 넘는 이적료를 제시했으나 산토스는 단칼에 거절했다. 네이마르는 175cm로 키가 크지 않지만 빠르고 득점 감각이 뛰어난 선수다. 특히 드리블이 좋아 '브라질의 메시'라 불린다. 그는 2009년부터 산토스에서 67경기를 뛰며 27골을 넣었다. 2010년에는 카나리아군단(브라질 대표팀)에도 뽑혀 2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다.
이들 외에도 맨유에서 뛰다가 임대로 라치오 유니폼을 입은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마케다(19·라치오), 프랑스의 가엘 카쿠타(20·첼시),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18·안더레흐트) 등이 무서운 10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찬·김환·김민규 기자 [jayc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