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30일.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켄드리 모랄레스는 그야말로 황당한 발목 부상을 당했다. 모랄레스는 시애틀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뒤 기쁜 나머지 홈에서 껑충껑충 뛰다 발목이 부러졌다. 홈플레이트 주변에서 모랄레스의 헬멧을 두드리며 '격하게' 맞이한 동료들은 그가 일어나지 못하자 어쩔 줄 몰라했다. 끝내기 세리머니의 댓가 치고는 꽤 컸다.
내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서 과도한 끝내기 세리머니를 볼 수 없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이사회를 통해 '끝내기 홈런 및 안타 후 과도한 환대행위(물통·쓰레기통·헬멧 등으로 때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선수단 행동 지침을 시행하기로 했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선수들의 기쁜 마음은 알겠지만 과도한 세리머니로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구단 프런트에서도 세리머니하다 다치는 선수가 생겨 고민스럽다는 의견도 들린다"고 말했다.
구단간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는 측면도 있다. 상대를 자극하는 세리머니가 추후 보복행위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 팀장은 "세리머니가 과도하면 상대팀의 기분이 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세리머니 뿐만 아니라 욕설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SK 윤길현은 욕설을 하는 장면이 TV 카메라에 잡혀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순간의 감정 표현을 징계적 차원에서 제재하는 것이 가능한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KBO는 "(세리머니가) 과도할 경우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과 수위를 기준을 통해 등급을 매기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들은 이제 홈런을 치고 주먹을 뻗을 때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