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20·전남)의 활약을 보면 어딘가 낯이 익다. 대표팀 데뷔 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박주영(26·모나코)의 모습이다.
지동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러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의 A매치 데뷔골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리아전을 포함해 연이어 4경기에 나서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경기를 제외하면 전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시리아전 결승골, 그리고 조별리그 2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구자철(제주)의 선제골을 도왔다. 조별리그 최종전 인도와 경기에서는 2골 1도움으로 아쉽게 해트트릭을 놓쳤다.
A매치 데뷔 후 4경기에서 3골 2도움은 2000년대 이후 많은 포인트다. 박주영도 태극마크를 달고 첫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2005년 6월 3일 우즈베키스탄과 치른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박주영은 0-1로 뒤지던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A매치 데뷔골이었다. 당시는 대표팀을 이끈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은 후~ 불면 날아갈 것 같다"며 박주영을 평가절하할 때다. 하지만 '천재' 박주영을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며 팬들의 원성이 높았다. 여론을 의식해 선발된 박주영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가운데 박주영은 데뷔골을 넣었다.
지동원의 데뷔골도 비슷했다. 박주영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동원은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박주영은 이어 열린 쿠웨이트와 예선(6월 8일)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넣어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8월 7일 동아시아선수권 일본전에 교체출전해 공격포인트가 없었던 그는 8월 14일 남북통일축구 북한과 경기에서 다시 골맛을 봤다. 이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A매치로 인정받지 못 했지만 대표급 선수가 전원 출전한 경기였다.
대표팀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설기현(포항)도 A매치 4경기에서 3골을 넣었다. 2000년 1월 2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때 데뷔한 설기현은 4번째 경기인 라오스와 아시안컵 예선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은 9-0 대승을 거뒀다. 아시안컵 예선이 바뀌어 이제 라오스 같은 약팀과는 예선에서 만날 일이 없어져 손쉽게 A매치 골을 기록할 기회는 사라졌다.
설기현과 박주영이 간 길을 지동원이 따라가고 있다. 전현직 유럽파 선배처럼 유럽으로 향하는 길도 멀지 않았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