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과 2번. 조범현 KIA 감독이 올시즌 타순 구상에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자리다. 조 감독은 지난해 이 두 자리를 놓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확실한 답안은 찾지 못했다. 그 고민은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KIA 중심타선에는 최희섭과 김상현이라는 확실한 4번과 5번 타자가 있다.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3번 적임자를 찾지 못하자 김상현 3번, 최희섭 4번을 시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을 많이 보는, 최희섭의 출루율을 살리고 찬스에 강한 김상현도 살리려면 최희섭 뒤에 김상현이 서는 게 효율적이었다. 결국 나지완을 3번으로 기용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김원섭과 안치홍을 3번으로 기용했다. 두 선수 모두 3번을 치기엔 파워가 부족한 것이 흠. 조범현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거치면서 "타율이 꾸준한 선수가 필요하다. 최희섭-김상현 앞에서 해 줄 선수를 찾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나지완이 다시 한 번 후보로 떠올랐다. 나지완은 스트라이드 폭을 줄이면서 타격폼을 간결하게 바꿨다. 워낙 힘은 좋은만큼 정확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기 위해서다. 나지완이 3할 언저리만 쳐줘도 3번 고민은 해결된다. 또다른 3번 후보는 상무에서 제대한 김주형. 김주형은 마무리 훈련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3루수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김주형 3번 3루수, 김상현 5번 지명타자, 나지완 6번 좌익수는 플랜B인 셈이다.
이용규와 짝을 이룰 테이블세터도 오리무중이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3할대를 쳤던 김원섭이 지난해 타율 0.238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김원섭은 체력적인 부담도 있어 도루도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어렵고, 이용규 역시 발목이 좋지 않아 빠른 선수가 필요한 상태. KIA는 지난해 117개로 팀도루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원섭의 대체자원으로는 신종길과 김선빈이 떠오르고 있다. 프로 9년차를 맞는 외야수 신종길은 지난해 58경기에서 타율 0.321 16도루의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고교시절 이대형에도 뒤지지 않는 스피드를 가졌을만큼 발이 빠른 게 장점. 신종길 자신도 "주전으로 나서면 50도루는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보일 정도다. 유격수 김선빈도 2번 재목이다. 김선빈 역시 빠른 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번트와 팀배팅 기술 등은 김원섭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