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KEPCO45의 두 이적생이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인공은 하경민(29)과 임시형(26)이다.
이들은 19일 열린 상무신협전에서 나란히 7점을 올렸다. 지난 시즌 블로킹왕을 차지한 하경민은 1세트에만 무려 블로킹 4개를 잡아내며 이날 블로킹으로만 총 5점을 올렸다. '원조 거미손' 방신봉과 함께 견고한 블로킹 벽을 형성하자 상무신협의 공격은 크게 위축됐다. 임시형은 리시브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그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리시브를 받아내 그 중 13개를 세터에게 정확히 올렸다. 박준범(17점) 밀로스(15점) 쌍포에 이들의 활약이 더해지며 팀은 시즌 첫 3연승에 성공, 5위로 뛰어올랐다.
둘은 시즌 초반엔 이적 후유증으로 주춤했다. 이적은 뜻하지 않게 이뤄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해외리그에서 복귀한 문성민은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EPCO45에 입단해야 했다. 그러나 문성민이 트레이드 형식으로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기자 그 댓가로 하경민과 임시형이 졸지에 팀을 옮겨야만 했다. 주전 센터로 떠오른 하경민과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는 임시형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부상까지 겹쳤다. 임시형은 시즌 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연습량이 충분치 않았다. 하경민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잔부상에 시달리며 기대에 못 미쳤다. 두 선수의 가세로 내심 상위권 도약을 노린 KEPCO45는 2라운드를 마치며 최하위로 처졌다. 그러나 3라운드부터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가 조금씩 감각을 찾아가던 시점이다.
강만수 KEPCO45 감독은 두 이적생의 활약에 만족하면서도 더욱 분발을 바랐다. 강 감독은 "하경민의 블로킹이 살아나고 있다. 방신봉처럼 꾸준히 제 몫을 해줬으면 좋겠다. 세터 김상기와의 속공도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며 하경민을 격려했다. 이어 "임시형의 허리 상태가 좋아져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면 경기 운영이 편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경민은 이날 경기 후 "시즌 초반에는 이적의 영향으로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핑계라고 생각한다. 항상 꾸준히 잘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두 이적생이 팀에 녹아들기 시작하는 KEPCO45는 시즌 전 전문가들이 예상한 '다크호스'의 위용을 찾아가고 있다.
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