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69) SK 감독이 일본 공영방송 NH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됐다. 제작기간 10개월 이상의 대형 기획 프로그램으로 2월6일(일) 오후 10시 프라임타임에 109분 동안 방영된다. 13일에는 재방송까지 예정되어 있다. 김 감독은 "한국인이 일본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재일교포에게 힘을 주고, 나아가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라는 판단이 섰다. 야구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NHK는 2010년 초 '한일야구 100년'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회의를 통해 "재일교포 야구를 재조명하며 한일 야구 역사를 되돌아보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최적의 주인공은 김 감독이었다. 1942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1960년 동아대로 스카우트 되며 한국 땅을 밟았다. 일본에서 야구를 시작해 50년동안 한국 야구를 배우고, 가르쳤다. 2007년 SK 부임 후 4년간 3회 우승·1회 준우승의 성과를 내며 한국 최고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7년과 2008년 한일챔피언십에 출전해 각각 주니치·세이부를 한 차례씩 꺾으며 일본 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NHK는 김 감독과 SK에 "2010년 한 시즌동안 김성근 감독의 동선을 함께하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숙소와 감독실, 경기장을 오가며 김 감독을 밀착취재했다. 김 감독은 "승리했을 때는 물론이고, 패한 뒤 고민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갔다. 야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답을 주고받기도 했다. 제작진이 많은 고민을 하며 프로그램을 만들더라"고 떠올렸다.
2010년 10월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까지 지켜 본 NHK는 프로그램 구성과 방영시간을 고민하다 최근에야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김 감독은 "주요 관계자들이 완성된 프로그램을 본 뒤 편지를 보내왔다. '한국 야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송이 될 것이다.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SK는 "프라임타임에 일본 공영방송이 김성근 감독과 SK가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이미 '명강사'로 평가받은 김 감독은 일본에서도 꾸준히 '강사 초빙' 제의를 받고 있다. 1월 25일에는 일본 고치현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생을 대상으로 '직업과 인생'에 대해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고치 대학 유학생과의 간담회도 준비되어 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