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2008~2009 시즌이 끝난 뒤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3년 뒤를 내다보고 리빌딩을 선언했다.
팀의 핵심 김태술·양희종·김일두를 모두 군대에 보냈다. 전력이 약해진 인삼공사는 2009~2010시즌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 감독의 리빌딩 드라이브는 거침없었다. 그는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 나이젤 딕슨은 KT에 내주는 대신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양도 받았다. 이미 1~4순위 지명권을 확보하고 있던 인삼공사로서는 1, 2순위를 독식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넣었고 이내 잭팟이 터졌다. 지난해 인삼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박찬희, 2순위로 이정현을 뽑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감독의 진짜 목표는 2011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오세근이었다. 중앙대 52연승 신화의 주역이자 대학 최고 센터 오세근을 영입하는 것이 이 감독의 3년 리빌딩 구상의 완결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오세근을 1순위로 뽑았다. 순간 이 감독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됐다, 됐어"를 외쳤다. 그만큼 기다려 온 오세근이었다.-오세근 영입하며 리빌딩 구상을 완성했다."3년 구상의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었다. 오세근은 파워포워드 포지션이 약한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너무 기쁘다. 다만 오세근 한 명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부담스럽다. 오세근 혼자 농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준비해 온 퍼즐의 마지막을 오세근으로 맞춘 것뿐이다."
-리빌딩 과정에서 위기는 없었나."많았다. 성적이 좋지 않으니까 선수들 사기도 떨어졌고 회사를 볼 면목도 없었다. 군대에 가 있는 김태술이나 양희종을 트레이드 카드로 쓸까 고민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G에서 인삼공사로 바뀌면서 더 큰 위기가 왔다. 걸출한 신인 두 명이 왔는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동안 준비해 온 리빌딩에 대해 설명을 해야했다. 힘들 때마다 김호겸 국장이 끝까지 가자고 했다. 그 결실을 본 거 같다. 김 국장에게 고맙다."
-이 감독의 구상대로라면 리빌딩 멤버로 언제 우승이 가능할 거 같은가."내년 당장은 어렵다. 팀이 대부분 신인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양희종·김태술·김일두는 군대를 다녀오면서 2년 공백이 생겼다. 일단 내년에는 구단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 젊고 활기차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6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겠다. 우승 도전은 그 다음해부터다."
-선수가 좋다고 우승하는 건 아니다. 인삼공사에 더 필요한 부분은."우승할 수 있는 멤버 구성은 됐다고 본다. 이제 경험과 선수간 조화가 필요하다. 둘 다 내 몫이다.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를 나가보니 경험이라는 걸 무시하지 못하겠더라. 전역하는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이 1년간 호흡을 맞추면 그 이후부터는 충분히 해볼만 하다."
-내년 주전 베스트5 구상은. "아직 거기까지는 하지는 못했다. 내년 구상은 올 시즌 이후로 미루겠다. 지금은 일단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해 집중하겠다.(인삼공사는 현재 10개 구단 중 9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달 제대하는 양희종이 6라운드부터 가세한다. 그때까지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한다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김일두는 5월, 김태술은 8월 전역한다."
김종력 기자 [raul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