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스포츠 대축제 제45회 수퍼보울이 6일 막을 올린다. 경기 만큼이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폭스뉴스의 간판프로 'O'Reilly Factor'의 진행자인 빌 오라일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다. 경기 전 폭스TV를 통해 중계된다. 오라일리는 촌철살인의 대가로 꼽힌다. 오라일리의 특징은 방송 중 화를 잘 낸다는 것. 정치인이 말 돌리는 것을 한 순간도 못 참는다. 정치인이 준비된 대사를 중얼거리는 듯 싶으면 가차없이 말을 끊는다. 자신의 프로에 아예 'No Spin Zone'이라는 애칭까지 붙였다. '돌려서 말하는 금지지역'쯤으로 해석된다. 그의 프로그램은 1996년에 출범 종전 케이블 뉴스에서 철옹성과 같은 존재였던 CNN의 래리 킹을 순식간에 고꾸라트렸다. 현재 110개월 연속 케이블 뉴스 시청률 1위다. 전통주의임을 자처하는 그는 하버드대 출신이면서도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어 반(反)엘리트 성향을 지녔다.
이날 인터뷰가 흥미를 모으는 이유는 오라일리가 말 잘하기로 유명한 오바마 대통령을 진땀 흘리게 한 유일한 인터뷰어이기 때문이다. 2008년에 오바마는 주변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오라일리의 '노 스핀존'에 들어섰다. 경선서 이긴 민주당 대선후보가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오바마 역시 폭스뉴스가 보수언론의 선두주자라며 넌더리를 냈지만 폭스뉴스에 중립 시청자들도 상당해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당시 폭스뉴스는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 때 케이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ABC NBC CBS의 시청률을 압도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워 오바마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오라일리는 까다로운 질문으로 거침없이 오바마를 공격했다. "당신은 부시의 '서지(surge: 이라크전 파병 미군 수 증가)'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당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완전히 망했을 케이스 아니었나"고 몰아붙이자 오바마는 얼버무리다 "서지는 상상 이상의 대성공"이라며 부시의 결정이 옳았음을 인정하고 말았다. 언론 평론가 버나드 골드버그는 "오바마로선 망신스런 인터뷰였다. 그가 그렇게 쩔쩔매는 것은 처음봤다"고 평했다.
최근 한 TV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오바마를 거침없이 몰아붙일 것'이냐는 질문에 오라일리는 "당시 그는 상원의원이었고 지금은 대통령이다. 당연히 대통령으로서 그에게 존경을 표할 것이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저널리스트로서 나의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가 이슬람 신자냐' '미국시민권자가 맞냐'는 버서(birther) 논란 등 극우파적 질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오라일리는 이미 그의 책 '멍청이와 애국자'를 통해 오바마가 링컨 이후 미국 사회를 가장 분열시킨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공중파 3사는 물론 MSNBC 뉴욕 타임스 등 이른바 친(親) 오바마 미디어가 판치는 와중에 오바마가 실로 오랜만에 반대 언론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인터뷰는 수퍼보울 못지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라일리는 오바마와의 곧 있을 만남을 다름아닌 수퍼보울에 비유했다. "경기와 크게 다를바 없다. 그와 나 사이에 공격과 수비가 마구 오갈 것"이라며 개봉박두를 알렸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