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용우(40)는 어느 때보다 한결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명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영화화한 '아이들…'(누리픽쳐스, 이규만 감독)의 주인공으로서 홍보 인터뷰에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3년 전부터 종교를 갖게 됐고 그 이후로 인생과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생겼다. 루저(실패자)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달았고 취미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으며 아이들을 귀찮아하던 것에서 너무 좋아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이번에 출세지향의 방송국 PD를 연기했다. 개구리 소년들 사건을 오로지 자신의 프로그램에 이용하려다가 결국 크게 뉘우치고 10여년의 세월을 관통해 그들의 진실을 찾아가는 인물을 그려냈다. 극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2대8 가르마 헤어스타일과 후반부의 도살장 액션신이었다.
-실화에 바탕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됐을 것 같다."상업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선입견 때문에 고민했다. 관객들이 보기에도 무겁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흥미진진하다는 주장의 근거는."화려함이 절제돼 있으나 10여년의 시간을 2시간에 함축한 만큼 이야기가 다이내믹하다. 미처 몰랐던 사실도 영화를 통해 새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를 통해 그 안의 메시지가 공론화됐으면 한다."
-후반부에 2대8 가르마 헤어스타일은 좀 웃기더라."시간이 흘러 주인공도 나이가 들었음을 나타낸 거다. 내가 추천한 스타일이다. 스스로 빗질을 해서 만들었다. 노메이크업이었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서 좀 머리숱이 적게 나왔다."
-캐릭터 완성을 위해 애쓴 또다른 비밀은."잘 보였는지 모르지만 걸음걸이? 젊은 시절의 PD는 발바닥이 땅바닥에 다 닿게 걸었다면 나이든 모습에서는 주로 까치발이었다. 점점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변해가는 걸 표현하려 했다."
-후반부 도살장 액션신은 재촬영했다고."맞다. 크랭크 업을 하고 한달 보름이 흘렀는데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미안하지만 재촬영 하자고… 사실 그때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까. 꼬박 하루 걸려 다시 찍었다."
-왜 그랬을까."감독님이 뭔가 미진함을 느낀 때문이 아닐까? 배우로서 짐작하기엔 첫번째 버전은 리얼리티에 치중했다면 재촬영에서는 장르적인 느낌을 더 살린 것 같다. 결과물은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했더라.(웃음)"
-그동안 자신의 영화 흥행 관객수를 정확히 맞췄다던데 이번엔."아, 그걸 어떻게 알았나.(웃음) 사실 그동안 흥행 스코어를 거의 다 맞췄다. 족집게처럼… 그러나 정말 이번엔 모르겠다. 나도 궁금하다."
-얼굴이 너무 편안해보인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나이 먹으면서 철이 난건가? 인생이 꼭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안 것 같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예전보다 행복해진 느낌이다. TV 보면서 울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서 소중함을 느낀다. 루저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달았다. 3년 전에 종교를 갖게 된 것도 이유가 된 것 같다."
-기타도 치기 시작했다고."얼마전에 새로 기타를 샀다. 학창시절에 조금 한 이후 거의 잊어버리고 있다가 요즘 다시 배우고 있다. 아이들에 대한 마음가짐도 스스로 대견할만큼 변했다. 예전엔 귀찮아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좋고 사랑스럽다."
-조안과의 결별이 혹시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까."이미 1년도 지난 일이다. 상처가 있으면 오래 기억되겠지만 그만큼 또 성숙해지지 않겠나. 나이를 먹으면서 삶에 대해 넓어지는 것 같다. 이젠 그 일을 접어두고 싶다. '아이들…'의 진심이 통하길 바랄 뿐이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