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팀의 훈련 장면. 26세의 최연소 주장이 된 박주영이 이정수·차두리(이상 31) 등 선배 선수들에게 이것 저것 주문을 한다. 위계질서가 뚜렷한 동양문화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유럽이나 남미 지역에서는 더 어린 주장도 많았다.
월드컵 최연소 주장 - 미국 토니 메오라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어리다고 예외가 될 수 없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의 완장을 두른 선수는 앳된 얼굴의 골키퍼 토니 메오라였다. 체코와 조별예선 1차전 당시 그의 나이는 21세 109일이었다. 1950년 이후 40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팀을 이끌었다. 미국은 이 대회에서 3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지만 메오라는 미국 축구의 상징적인 선수로 남았다. 2006년까지 19년간 대표팀에 몸을 담았다. 1994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기쁨을 맛 보았다.
프랑스 전설의 주장 - 디디에 데샹프랑스 축구 사상 가장 훌륭한 주장 중 한 명으로 뽑히는 디디에 데샹. 그 역시 최연소 주장 기록을 갖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던 주장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우승 트로피 '빅 이어'에 입을 맞췄다. 1993년 마르세유를 이끌 당시 그의 나이는 24세에 불과했다. 그는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유벤투스를 성공적으로 리드했다. 프랑스 팬들은 지네딘 지단과 함께 가장 위대한 주장으로 데샹을 꼽는다.
축구종가의 희망 - 마이클 오언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주장으로 이름을 올린 선수는 1872년 이후 총 109명. 이 가운데 26명이 25세가 되기 전에 '캡틴'을 맡았다. 인상적인 선수는 '잉글랜드의 희망'으로 불렸던 마이클 오언이다. 2002년 4월 파라과이전에서 주장 데뷔전을 치렀다. 그가 22세 125일째 되던 날이다. 잉글랜드 사상 3번째 기록이다. 당시 잉글랜드의 얼굴은 데이비드 베컴이었지만 오언이 그의 빈자리를 충실히 메웠다.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23세, 웨인 루니도 24세가 되던 해 삼사자군단의 완장을 찬 적은 있지만 임시직이었다.
마라도나 "이제 아르헨티나의 중심은 메시다."2010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조별예선 3차전. 이미 2승을 챙긴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주장 마스체라노를 쉬게 했다. 그리고 리오넬 메시에게 그 임무를 대신 줬다. 23세 메시의 주장 데뷔전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았던 후안 베론도 있었지만 마라도나의 생각은 분명했다. "메시의 시대가 왔다. 아르헨티나의 중심은 메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사상 가장 어린 주장에 임명된 그는 "부담스럽기 보다는 흥분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눌렀다.
이정찬 기자 [jayc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