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앤드루 바이넘을 내보내고 카멜로 앤서니를 영입하느냐 문제를 놓고 말이다. 바이넘은 시쳇말로 '빽'이 좋아 그동안 숱한 트레이드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레이커스에 버텨왔다.
바이넘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제리 버스 레이커스 구단주의 아들인 짐 버스가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과거 '제발 바이넘 좀 내보내고 다른 스타 선수를 영입했음 좋겠다'고 애원할 때 레이커스 구단은 꿈쩍도 안했다.
코비는 2005년부터 케빈 가넷 저메인 오닐 제이슨 키드 등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짐 버스가 '바이넘은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는 명령을 내려서다. 중간에 미치 컵책 단장만 둘 사이에 껴 진땀을 뺐다. 코비는 "그럼 차라리 나를 트레이드 시키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제리 버스 구단주도 속내야 어쨌든 코비와 직접 만나 "우리 팀에 이득이 되는 딜이라면 다른 팀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2008년에 파우 가솔을 영입하는 파격적인 딜을 성사시키며 코비의 불만을 가라앉혔다.
바이넘은 2005년 전체 10번으로 레이커스에 지명됐다. 당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그는 전국 최고의 고교 센터로 각광받았다. 그를 선택한 게 바로 짐 버스였다.
그는 바이넘이 샤킬 오닐에 이어 리그 최고의 센터가 되주기를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바이넘은 들쭉날쭉의 성적에 걸핏하면 부상을 당하기 일쑤였다. 레이커스가 2008년에 우승하지 못한 직접적인 원인도 바이넘의 무릎부상이었다.
그가 지난 두 차례 우승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LA팬들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눈치다. LA 타임스 설문조사에서 네티즌의 74.2%가 앤서니의 영입을 원했고 25.8%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레이커스의 올 시즌 성적도 바이넘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가 뛰었을 때 9일까지 18승9패 그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18승7패를 기록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인상적인 부상'은 여러번 있었지만 정작 '인상적인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그가 23세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앤서니도 26살로 앞이 창창하다.
꾸준함에서도 둘은 상대가 되질 않는다. 앤서니는 지난 8시즌 동안 평균 득점이 20.8점 미만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바이넘은 2007-08시즌에 평균 13.1점 10.2리바운드가 평균득점과 리바운드 최고 성적이었다. 당시 35경기에 뛰었다.
앤서니는 우승에 목말라 있어 코비와의 자존심 싸움도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대로라면 레이커스가 우승은커녕 파이널 무대에도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부 1위 샌안토니오에 8게임 차로 뒤져있어 순위탈환이 어려운 처지다. 레이커스가 지난해 보스턴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데는 홈 어드밴티지가 결정적이었다.
지금 레이커스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슛 성공이다. 현재 리바운드는 리그 정상급이지만 야투 성공률이 15위에 머문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앤서니가 코비를 이을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매력이 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24일까지. 과연 레이커스가 트레이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내 눈이 정확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짐 버스의 황소고집을 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