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 (SBS, 2010) 끝나고 잠은 좀 잤어요?
<시크릿 가든> 찍을 때보다는 많이 자요.(웃음) 한창 촬영할 때 잠을 못 자면 좀 괴롭지만 다른 것들이 그걸 채워준다고 생각해요.
-2010년 내내 일만 한 것 같아요.
2010년 3월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만추> 찍고, 좀 쉰 다음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찍고, <시크릿 가든> 했어요. 원래 한 작품 끝나면 쉬는 편인데 하고 싶은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일 중독이 아니고요? 1월 16일에 <시크릿 가든> 끝나고 3월 7일 군 입대 전까지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개봉하잖아요.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가고. 깅행군인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요.(웃음) 근데 일 중독은 아니에요. 군 입대 전에 개인적인 시간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작품들이 잘되다 보니까 덩달아 바빠져서 그런 거예요.
-왜 해병대에 지원한 거예요?
그냥 가고 싶었어요. 남자들끼리 어울려 노는 것도 워낙 좋아하고. 격한 운동을 좋아해서 이종격투기도 했거든요. 나한테 그런 성격이 있어요. 어릴 때 경찰대학에 가고 싶었던 마음도 있고.
-쉴 때는 주로 뭐 해요?
여행도 가고, 사람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작품에서 빠져나오고 체력 충전하고 못 만났던 사람들 챙기죠. 작품 끝날 때마다 그런 시간을 꼭 가졌거든요. 꼭 쉬어줘야 몸이 버티는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웃음)
- <만추> 는 왜 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에 여백이 많았어요. 대사도 별로 없고. ‘시나리오에 있는 지문이나 대사 외에 이러저러한 표정이나 행동으로 여러 모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이 재밌었어요. 시애틀에서 찍는다는 점이나 김태용 감독님, 탕웨이 씨와 함께 작업하는 것도 좋았고요.
-김기영 감독님이 만든 <육체의 약속> (1975)이나 김수용 감독님이 만든 <만추> (1981)는 보셨어요?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 , 김수용 감독의 <만추> , 이번에 개봉하는 <만추> 모두 이만희 감독의 <만추> (1966)를 리메이크했다. 이만희 감독의 원작은 현재 필름이 없어져 볼 수 없다.)
안 봤어요. 안 그래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김태용 감독님께 물어봤어요. “볼까요, 말까요?” 했더니 “보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안 봤어요. 거짓말 좀 보태면 <친구, 우리들의 전설> (MBC, 2008) 할 때 원작 영화 <친구> (2001)를 100번도 더 봤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원작이 남아 있잖아요. 그걸 180도 뒤집을 게 아니라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친구, 우리들의 전설> 은 원작을 만든 곽경택 감독님, 황기석 촬영감독님이 그대로 오셨고, 원작에 나오는 장면은 정말 똑같이 찍었거든요. 근데 원작을 보고 나니까 원작처럼 하지 않으면 꼭 틀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 <친구> 와 <친구, 우리들의 전설> 은 굉장히 달랐던 것 같은데요? <친구> 는 강렬했는데 <친구, 우리들의 전설> 은 잔잔한 느낌이었어요.
두 시간짜리 영화를 20부작 TV 드라마로 만들었으니까 상황이나 감정이 더 많이 들어가서 그랬을 거예요. TV가 영화보다 규제가 심한 것도 있고. <친구> 의 동수(장동건)는 되게 세 보였는데 <친구, 우리들의 전설> 의 동수(현빈)는 훨씬 일상적으로 느껴졌어요.
-불쌍해 보였나요?
아니오. 좀 더 자연스러웠다고 할까. 조직폭력배라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게 마련이잖아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아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험한 일을 하지만 나름의 쓸쓸함도 있고. 그런 걸 조금씩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 <친구, 우리들의 전설> <만추> 둘 다 리메이크 작이잖아요.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을 별로 안 느끼나 봐요.
안 느껴요. <친구, 우리들의 전설> 같은 경우는 주위에서 다 반대했어요. 근데 극장에서 <친구> 를 봤을 때를 못 잊어요. 그때 ‘와, 나도 나중에 저런 영화, 저런 역할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꿈같은 기회가 온 거예요. 놓칠 이유가 없었어요. 하고 나서 후회하는 건 내 탓만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한 다음에 후회하면 누구 탓을 할 거냐고요. 연기 못한 걸 후회하는 것보다 기회 놓친 걸 후회하는 게 더 어리석은 것 같아요.
- <만추> 에서 훈(현빈)이 처음 나올 때 ‘저 사람이 현빈 맞나?’ 했어요. 머리 잔뜩 세우고 두 손을 앞주머니에 꽂고 껄렁거리는 모습이 낯설던데요.(웃음)
난 어색하지 않았어요. 재밌었어요. 삭제된 장면 중에 어머니가 만나는 남자를 찾아가서 돌 들고 행패 부리는 장면도 있어요. 안 해봤던 거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 <만추> 보기 전까지 그런 모습이 잘 상상이 안 됐거든요.
나한테도 <만추> 의 훈 같은 모습이 있어요. <나는 행복합니다> (2008)의 만수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역할에 내 말투, 행동, 성격이 조금씩 다 들어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그 인물에 맞게 좀 더 과장하거나 포장해서 보여준 거죠. 그래서 아직 100퍼센트 나를 다 보여줬던 인물은 없는 것 같아요.
- <만추> 의 훈처럼 껄렁거리는 남자, 여자들이 은근히 좋아해요.
껄렁거리는 남자를 좋아해요? 여자들이?
>>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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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현빈 “꼼꼼하고 답답한 완벽주의자?” ② (사진제공=무비위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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