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53) 넥센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스프링캠프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과감히 뒤쳐진 선수들을 자르겠다고 선언했다.
김 감독은 오는 18일(한국시간)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열리는 세 번째 자체 청백전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중도귀국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선수 43명 가운데 4~5명 정도가 중도귀국자로 선정돼 주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나머지 선수들은 현지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조율한 뒤 3월6일 귀국한다.
다른 구단에서 중도귀국은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스프링캠프 도중 중도귀국했던 이현곤(KIA)과 최진행(한화)도 각각 종아리 근육통과 허리 통증으로 인해 일찍 짐을 쌌다. 그런데 넥센은 다르다. 아픈 데는 없지만 경쟁에서 밀려난 한 무리의 선수들이 쫓기듯 나온다. 넥센 관계자는 "현대 시절에도 플로리다 브래든턴에서 훈련하다 연습경기를 위해 일본으로 이동할 때 여러 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당시 투수코치를 맡았던 김 감독은 이때부터 스프링캠프 무한경쟁을 유념하고 2009년 사령탑에 올라 이를 적극 실천했다. 지난해 일본 미야코지마 스프링캠프에서는 몸을 제대로 만들지 않아 부상이 재발한 신철인과 조용준이 중도귀국 철퇴를 맞았다. 가까운 일본이라 이들을 그냥 둘 수도 있었지만 선수단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실행에 옮겼다. 둘은 지난해 1군 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 못하며 시즌 후 방출되고 말았다.
중도귀국은 사실상 1군 엔트리 탈락을 의미한다. 기약 없는 2군 강진 생활을 감내해야 한다. 김 감독은 "이미 스프링캠프 오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던 부분"이라며 "젊은 선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8명의 선수들을 쳐내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자 인원을 축소했다. 특히 올 시즌 선발로 거론되는 투수들이 연일 호투를 펼쳐 코칭스태프를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한 시라도 긴장감을 늦춘다면 밀려날 생각을 해야할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조였다.
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