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폭발적 힘이 나오는 걸까. 지난해 2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상을 놀라게 한 이승훈(23·한체대)이 올 1월 2011 카자흐스탄 겨울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번 쾌거를 이뤘다. 5000m 금메달·1만m 금메달·매스스타트 금메달로 3관왕.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에게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올림픽이 끝나고 오히려 더 열심히 훈련했어요. 4월에 한 열흘쯤 쉬었나? 그 후에는 계속 운동했죠." 모두가 조금 게을러질 때, 그는 오히려 힘을 냈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쇼트트랙 훈련이 유용하다고 믿었기에 지난해 4월부터는 대표팀에서 나와 홀로 한체대에서 훈련했다. 외로웠지만, 목표가 있어서 힘이 났다. 겨울아시안게임을 제패했으나, 그에게는 다른 목표들이 남아있다. 밴쿠버에서 운 좋게 이긴 스벤 크라머(네덜란드)를 실력으로 이기는 것, 단거리 훈련을 충실히 해 세계올라운드선수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는 "쉽지 않은 목표라서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금 더 나아가면 또 하나의 바람도 있다. 언젠가 쇼트트랙으로 돌아가 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그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모두 제패한 '전설의 스케이터'가 되고픈 꿈이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누나에게 협찬받은 자동차(소울)를 선물했다. 크리스마스에는 명품 가방을 사라고 누나에게 '용돈'도 줬다. 행복하다. 운동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많다. 당연히 나는 좋은 성적으로 모두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내 앞에는 스케이팅밖에 없다"고 다부지게 말하는 이승훈. 그의 여러 면모를 주변인들에게 들어봤다. 동료선후배들이 보는 이승훈▶안현수(한국체대 선배)
승훈이랑은 한국체대 룸메이트였다. 대표팀에 있을 때도 정말 친하게 지냈다. 쇼트트랙을 준비하다가 스피드에 전념하면서부터는 볼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승훈이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줄 알았다. 무조건 메달은 딸 것 같았다. 첫 경기부터 메달을 땄고, 그 흐름이라는게 있으니까 1만m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날 새벽에 자고 있다가 깼다. 승훈이 경기니까 봐줘야 했다. 밴쿠버 갔다와서 목동 종별선수권대회 때도 승훈이를 봤다, 승훈이가 직접 찾아와서 '형 몸 괜찮냐'고 묻는데, 고마웠다. 올림픽 금메달 딴 뒤 '현수 형이 보고싶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그것도 고맙다. 밴쿠버 올림픽 기간 승훈이·시백이 등과 함께 '빙상동방신기' 합성 사진이 나돌았던 기억도 난다. 재미있었다.
▶고병욱(한국체대 후배)
어렸을 때부터 대한민국에서 스피드에선 장거리가 안 된다고 말해왔다. 대부분 코치 선생님은 한국은 이규혁 선수처럼 단거리만 가능하다고 해왔다. 그런데 승훈이 형이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장거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원래 승훈이 형이 쇼트트랙에서 오기 전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기록을 내가 다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 코치 선생님도 떠나가면서 시련을 겪었다. 성적도 떨어지고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 승훈이 형이 오면서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승훈이형에게 항상 고맙다. 올해 더 노력해서 승훈이형을 따라잡고 싶다. 세계적인 선수로 가기 위해 승훈이 형을 넘어야겠다는 생각하고 있다.
▶이강석(국가대표팀 선배)
대표팀에서 승훈이처럼 성실한 애를 보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도 훈련을 많이 하지만 승훈이가 진짜 노력파다. 같은 종목이 아니라서 훈련을 같이 하지 않지만(이승훈은 장거리, 이강석은 단거리 종목이다) 항상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표팀 생활에서는 선배들에게 착실하게 잘한다. 선배들 앞에서는 조용한 편이던데 후배들한테는 어떤지 모르겠다.
▶이연재(이승훈 누나)
승훈이와 나는 2살 차이밖에 안 나서 정말 많이 싸웠다. 컴퓨터를 누가 할지 같은 사소한 일로 삐치고 그랬다. 그런데 승훈이가 대표에 뽑히면서 혼자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철이 들고 의젓해졌다. 이제 승훈이가 먼저 가족을 많이 챙긴다. 이번에 아시안게임 끝나고 와서는 올 시즌을 마치고 모두 가족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해외 대회를 나가면 자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자기 소식을 전해준다. 이제 승훈이가 오빠같다. 내가 일본에서 유학 중인데, 승훈이가 내 가방이 낡은 것을 기억하고 내 출국일에 맞춰서 가방 값을 넣어준 일도 있다. 정말 감동했었다. 내 동생이 이렇게 배려심이 깊고 갖고을 잘 챙긴다.
승훈이는 워낙 기분파라서 감정에 기복이 심하다. 화가 나면 불 같은 성격이라 무섭다. 자기가 기분이 좋으면 한없이 마음이 넓은 스타일이다. 이 기사도 승훈이가 기분 좋을 때 봤으면 좋겠다.
▲모태범이 본 이승훈
배울 점이 많다. 옆에서 보면서 항상 배운다.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친구다. 올시즌 전 부상당했을 때 가장 큰 힘이 돼줬다. 승훈이랑 대화하다 보면 힘이 났다. 태릉선수촌에서 내 룸메이트라서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진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다. 그냥 장난을 치다가 끝마디가 '힘내라'다. 올림픽 메달을 땄으니 부상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승훈이는 외국 시합가도 항상 안부전화를 해주는 따뜻한 면이 있다. 나중에 함께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스케이트 외의 다른 것으로 사업을 하고싶다. 둘이 워낙 비밀을 많이 알고 있어서 앞으로도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갔다와서 함께 자판기 라면을 먹으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함께 라면먹는 친구로 남겠다.
감독들이 보는 이승훈 ▶전명규(한국체대 교수)
이승훈을 처음 본 건 초등학교 시절이다. 그때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유망주였다. 쇼트트랙을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여서, 김동성과 함께 한 번 쇼트트랙 훈련을 해 보고싶다고 나에게 왔다. 김동성과 함께 훈련한 뒤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당돌한 면도 있었지만, 그때도 겸손하고 내성적이었다.
아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계속 도전하는 선수다. 아직 우리 전문가들도 이승훈의 끝을 모르겠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나온 장거리 선수다. 그 어떤 데이터도 없다. 목표가 설정되면 끈기 있고 포기하지 않는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의지가 정말 강하다. 2009년 쇼트트랙 대표선발전 탈락 후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을 권유했을 때 태극마크를 꿈꾸며 한 번에 O.K하고 독하게 훈련했다. 밴쿠버 올림픽 때는 상화와 태범이가 금메달을 딴 것을 지켜보며 조바심이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훈이는 그런 조바심을 도리어 발전의 원동력으로 썼다.
▶김관규 전 스피드 대표팀 감독
승훈이는 1만m와 50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이승훈의 1만m기록은 12분 58초55다. 세계기록은 12분 41초 69(스벤 크라머·네덜란드)다.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승훈의 기록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운 것인데 경기가 열린 경기장(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은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 곳이다. 크라머가 기록을 세운 솔트레이크시티 경기장에서 달리고, 올림픽 때와 같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분명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과제는 첫 바퀴 기록 단축이다. 승훈이는 지구력은 좋지만 발동이 걸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순발력을 키워 첫 바퀴를 가볍게 돌 수 있어야 한다. 크라머(1m85cm·80kg) 등 유럽 선수들에 비해 키(1m77cm)가 작고 몸무게(70kg)도 가볍지만 오히려 그것이 승훈이의 장점이다. 근육량을 키우면 지구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장거리 선수 중에 마지막 바퀴에서 구간 기록을 줄이면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이승훈은 막판에도 스피드를 유지하는 선수다. 최근 선수들의 기술과 체력 관리법이 좋아지며 전성기를 맞는 나이가 늦춰지고 있다. 승훈이는 이제 22살이다. 미래가 훨씬 기대되는 선수다.
▶윤희중 스피드 대표팀 감독
훈련을 지독하게 열심히 한다. 시간도 오전·오후 철저히 맞춰 한다. 훈련에 있어서 칼같다. 대표팀의 경우 시합 이틀 전에는 쉬고 시합 전날 훈련하는 방식이다. 승훈이는 쉬라고 해도 나가서 훈련한다. 다른 선수들하고는 의지력이나 모든면에서 좀 다르다. 사생활에서도 정말 성실하다. 인사성도 좋고 후배들도 잘 따른다. 선배들한테도 참 잘 한다. 뭘 얘기하든 혼쾌히 대답한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다. 다만 성깔은 좀 있다. 욱 하는 성격이 시합할 때 한 번씩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성격 없으면 운동 못한다.
광고 모델 이승훈을 보는 시선▶서래지나(스타일리스트 에이전시 아장드 베티 서래지나 실장)
이승훈과 인연은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후 한국 귀국쇼부터였다. 지금까지 봐온 이승훈의 매력은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많아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철저한 자기 관리로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결코 많지 않은 나이지만 그 두 가지를 꼼꼼히 지킨다. 쇼핑을 할 때도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아무리 사고 싶은 게 있더라도 충동구매라고 생각하면 절제한다. 사람들은 이번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 3관왕을 두고 운이 대박이라고 하는데 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승훈은 자신과의 약속을 누구보다 잘 지키는 사람이다. 또 누구보다 꿈이 큰 지혜로운 선수다. 이승훈이 가족·스케이트·친구를 빼고 가장 사랑하는 것은 밀가루 음식이다. 정말 놀랄 정도로 면류를 좋아한다.
▶이영길(주은 성형외과 원장)
기본적으로 눈썹이 짙고 코가 똑바로 선 남자를 미남형으로 본다. 이승훈은 눈썹이 진하고 코가 쭉 뻗어 남자답게 보이는 동시에 미소가 해맑고 피부가 하얘 얼굴이 더욱 맑고 빛난다. 무엇보다 쌍꺼풀이 없어 더욱 매력적이다. 쌍꺼풀이 있으면 느끼해 보이는데 이승훈의 눈은 홑꺼풀이다. 만화 뮬란의 주인공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서양 사람들이 큰 호감을 느낄 외모다.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