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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스펙 쌓기에 동료에게 노트도 안 빌려줘”
'못 살겠다'는 대학생들의 아우성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등록금을 비롯한 대학 생활 비용과 취업에 대한 부담 등은 대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대학(원)생 자살자 수는 268명으로 자살 사유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31%(84건)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남녀 문제(56건)·가정 문제(33건)·경제생활 문제(16건)가 뒤를 이었다. 2008년에는 전체 대학생 자살자 332명 중 염세·비관·낙망 등의 사유가 175건으로 절반을 넘었고, 2007년에는 232건 중 65%인 153건이 같은 이유였다.
대학생들의 자살 소식은 하루·이틀 건너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생 A(23·여)씨가 자신의 방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A씨는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나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통지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 강릉의 한 원룸에서 숨진 대학 4학년인 B(23)씨의 밀폐된 방에선 타다 남은 번개탄과 즉석복권·학자금 대출 서류가 발견됐다.
대학 생활 중 학자금 대출 건으로 개인 빚이 1000만원 이상 되는 학생들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아르바이트는 필수다.
아르바이트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 졸고 있는 모습도 요즘 대학가의 풍경이다. 한양대생 박모(22)씨는 "강의실에서 졸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밤에 아르바이트 하느라 수업도 제대로 못 듣고, 과제 제출도 부실하다"면서 "학과 생활을 못해 아웃사이더가 되는 친구들이 있다"고 밝혔다.
상아탑이 '스펙' 쌓기의 장이 되면서 동료를 경쟁자로 대하는 태도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대학원생 오모(25)씨는 "모두들 강의 노트를 잘 안 빌려주려 한다. 노트를 빌려주더라도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강조한 사항은 별도로 말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트를 빌려주더라도 '장치'를 한다. 중요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적어 놓거나 줄을 치고, 옅은 색의 필기구로 체크해 복사가 제대로 되지 않도록 만든다.
함영준 단국대 노어과 교수는 "학생은 학업을, 정치인은 정치를, 예술가는 예술을 향해 뛰어야하는데 모두들 돈을 향해 뛰고 있는 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