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수연(45)과의 취중 만남은 작년 8월 정보석과의 취중토크가 단초가 됐다.
당시 SBS '자이언트' 촬영 중에 인터뷰에 응했던 정보석은 호쾌한 매너와 남자다운 카리스마로 기자를 반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인터뷰는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이어졌고 취중토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수없이 잔을 부딪쳤다. 그러다가 어느 대목에서 문득 '강수연' 얘기가 나왔다. "요즘 뭐하나 궁금하다"에서 "내가 잘 안다. 전화해볼까"가 됐고, "한번 취중토크에 초대하고 싶다"는 요청에 정보석이 "연결해주겠다"며 손가락을 걸었다.
그로부터 6개월간의 섭외 끝에 새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임권택 감독)의 개봉에 앞서 강수연을 취중 테이블 앞으로 끌어냈다. 그가 사는 청담동 인근의 한 와인 카페였다. 평소 인터뷰를 많이 안한 걸로 알고 있어 첫 구슬을 어떻게 꿰어야할지 긴장했다. 베니스와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쓴 '원조 월드스타'에게 어떤 쓸모있는 화제를 찾아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날 약속시간인 오후 7시에 나타난 그는 밝고 상냥한 미소로 긴장감을 해소시켰다. 또 "너무 물어봐서 짜증난다"던 결혼 얘기를 먼저 꺼내고 숨겨뒀던 '왕년의 에피소드'를 선뜻 공개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분위기에 따라 주량이 다르다"는 그는 이날 무통 카데 와인 2병을 비웠다. 그러고도 "모자르다"고 했다. 3세에 아역으로 데뷔해 연기경력 40년을 넘긴 그는 이날이 첫번째 취중토크 인터뷰였다.
▶정보석과의 인연-정보석씨 얘기부터 안 할 수가 없네요."아, 얘기 들었어요. 오빠가 전화주셨더라고요. 일간스포츠 취중토크 인터뷰 한번 하라고요."
-평소 친분이 두터운가봐요."그럼요. 돌아가신 곽지균 감독님의 '그후로도 오랫동안'에선 애인, 다음에 장길수 감독님의 '웨스틴 애비뉴'에선 남매로 출연했죠. 정말 친한 사이 맞아요. 오빠는 매우 남자답고 멋진 분이세요."
-취중토크가 행운이네요. 이렇게 월드스타를 만나게 됐으니…"저야말로 영광이죠. 진작에 불러주지 그랬어요. 저 술도 좋아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데… 그래 어떻게 하면 되나요?"
듣던 것과는 달리 강수연은 매우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경력 40여년에서 묻어나는 노련함과 적당한 '귀차니즘'이 있을 법한데 보이지 않았다. '정보석 섭외 약발'이 통한 듯했다.
▶술 취하면? 집 나온 시골여자처럼 길바닥에 주저앉아-술은 즐기는 편이라고요."적당히 마시죠. 소주·맥주·와인·막걸리 등 거의 주종을 가리지 않고 마셔요. 하지만 맥주는 배가 불러서 좀 삼가는 편이에요."
-술 좋아하시는 것 맞군요. 주량은."분위기에 따라 달라요. 웬만하면 잘 안 취하고요. 대개는 술을 마시면 더 순해지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아주 취하면 집 나온 시골여자처럼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해요."
-그런 모습 본 사람이 많나요."절대 아니죠. 오늘 보여드릴려나? 어쨌거나 다음에 만나면 꼭 보여줄게요."(웃음)
원래 강수연은 '소주파'에 가까웠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배우들과 소주를 즐기곤 했다. 그러나 이날은 모처럼만의 하와이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였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 중이라 가벼운 와인으로 진행했다.
▶자전거로 체력관리, 헬리콥더 조종에도 도전하고파-평소 체력관리는."아무 것도 안하면 살이 찌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뛰어요. 어떤 때는 울면서 뛴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보다는 술을 줄여야 해요."
-뛰는 것 말고는요."올해는 자전거를 좀 배워보려고 해요. 올해 저의 목표예요. 남들 어려서 다 배우는 것 중에 못 배운 게 자전거라서요."
-어려서 못 배운 게 또 뭐예요."수영도 못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수영장에 가서 물에는 절대 안 들어가고 선탠오일만 발라요."(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요."헬리콥터 운전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거 면허 따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라도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길거리 캐스팅은 내가 원조-벌써 경력 40년이라고요.강수연은 3세이던 1969년에 영화 아역으로 충무로와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데뷔작은 1971년 TBC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이었다. 이후 1983년 KBS '고교생 일기'로 일약 스타덤을 얻었다.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니까 내 나이가 무슨 50~60세는 된 것 같네요. 40년은 좀 빼죠.(웃음) 어려서 창덕궁 인근 서울 와룡동에 살았는데요. 하루는 골목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데 길가던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너네 집 어디니?"라며 저를 캐스팅했어요. 지금으로 말하면 길거리 캐스팅이었죠. 제가 그 원조예요."(웃음)
-도대체 꼬마가 뭘 알아서 연기를 한 걸까요."뭘 알고 했겠어요? 그냥 재미가 있었던 거죠. 어른들이 연기 잘 한다고 칭찬해주고 끝나면 과자주고 하니까 그게 좋았던 거예요. 전 아역 때 피로하거나 힘든 기억이 없어요. 스스로 너무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촬영장 말고는 다른 경험이 진짜 없었겠어요."그렇죠.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일요일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딱 한번 있는데 그날도 방송국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생긴 거였어요. 곧바로 명동으로 놀러나갔어요. 그때 전 무슨 전쟁이 난 줄 알았다니까요. 일요일 시내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줄 몰랐어요. 그러니 데이트인들 해봤겠어요? 지금도 남자친구가 없다고 해도 믿지를 않는다니까요"(웃음)
>>2편에 계속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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