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 사건이 재점화된 가운데 불씨가 된 장자연의 자필편지 진위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SBS가 '8뉴스'를 통해 '장자연이 자필로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이 성접대한 31명의 리스트를 밝혔다'고 보도한 데 이어 7일 경찰이 SBS에 편지를 넘겨줄 것을 요청하고 진실파악에 나섰다.
이날 경기지방경찰청은 자필편지 내용을 SBS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A씨가 복역중인 광주교도소에 수사팀을 보내 장자연과 실제로 편지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같은날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로부터 "수사를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문서를 입수해 검토한 후 말씀드리겠다"고 자필편지 진위여부를 가리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대표가 "검찰은 이미 장자연이 편지에서 밝힌 '악마 31명'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지 않나"라며 수사를 촉구하자 이귀남 장관은 "관련보도를 봤지만 추상적이라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다시 한번 검토를 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현재로선 자필편지 진위여부의 열쇠를 제보자 A씨가 쥐고 있는 상황. A씨는 사건이 최초 불거진 2009년 3월 '왕첸첸'이란 이름으로 한 스포츠지에 장자연 문건을 제보했던 인물이다. 당시 경찰은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A씨는 고인과 일면식도 없는 정신병자'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SBS는 '경찰이 A씨로부터 편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채 편지가 날조된 것이라고 공식발표했다. 당시 경찰이 이 편지를 확보했다면 수사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보도해 경찰의 수사가 미숙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었던 이명균 현 삼척경찰서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수사결과를 보면 A씨와 장자연 사이의 개연성이 희박했다. 판단이 잘못됐다면 질타를 받아야겠지만 알면서 숨겼다는 건 지나친 억측"이라고 강조해 책임공방까지 벌어졌다.
이후 SBS는 7일 오후 후속보도를 통해 '장자연이 남긴 자필 편지의 내용에 따르면 피해연예인이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장자연의 수사과정에서 경찰측이 핵심증언을 묵살한 정황도 확인했다'라고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사회 각계에서도 '진실여부를 밝혀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전국여성연대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김여진과 문성근 등 배우들도 '의혹을 밝혀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