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이 2년여만에 다시 불거진 가운데 경찰측이 장자연이 쓴 원본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포함된 이 편지가 실제로 장자연이 쓴 것인지 진위여부가 밝혀짐에 따라 이번 사건의 추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경찰청과 분당경찰서는 9일 오후 브리핑을 갖고 "SBS측에 '장자연이 쓴 편지가 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전모씨가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이다. 현재 전씨의 감방을 압수수색해 장자연이 전씨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23장과 편지봉투 20여장, 신문스크랩 70여장 등 2박스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압수수색은 전씨의 감방과 감방 내 사물함, 영치물품 보관함 등 3곳에서 이뤄졌다. 경찰은 수색을 통해 장자연이 수기로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원본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필적과 지문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통상 2주후에 나오지만 경찰이 이번 건에 대해 긴급감정을 의뢰한 상태라 빠르면 5~7일 사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은 전씨가 교도소에서 우편으로 장자연의 편지를 받았는지 근거가 될 수 있는 편지봉투의 발신지 및 우체국 소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압수하자마자 압수물품함에 넣고 밀봉해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과수 감정을 통해 압수한 편지 속 글씨가 장자연의 친필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재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건이 재수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거론됐던 인물들과 그들이 몸담았던 회사들도 또 다시 조사대상으로 지목됐다. 혐의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국내 한 언론사는 9일자 지면에서 이례적으로 자사 사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결정문까지 공개하면서 해묵은 오해를 재차 해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만약 경찰이 확보한 편지 원본이 '장자연이 쓴 게 아니다'라는 판정이 떨어지면 결국 언론과 경찰이 전씨의 사기에 놀아난 결과가 되기 때문. 전씨는 최초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장자연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한 언론사에 장자연 사건 관련 제보를 했지만 전과 10범에 정신장애 치료까지 받았던 이력 때문에 진위여부가 의심을 받았다. 과거에 밝혀내지 못했던 사실을 밝혀달라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분별한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어 만만치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